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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김도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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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5395711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1-01-07

책 소개

자유를 찾는 이방인의 느리지만, 묵직한 용기와 위로의 글쓰기. 독일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나, 한국에 있었거나 있어야 하는 나. 그 사이에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이방인은 이제 자신을 찾고 싶다. 그 여정의 시작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목차

서문

1. 소리 알레르기
소리의 추억
소리폭력
소리 알레르기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박살 나버린 꿈
본질을 잃은 사교육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어리버리하지만 괜찮아
영어 울렁증
독어 울렁증
공포의 R(에르)
언어 예절
불꽃놀이
흡연 구역
취객
붉은 악마
운전면허
직설법
이색 아르바이트
종교와 까치

4. 어설프고 서투른 싱글
김치 Day
섹시한 나
서투른 싱글
몸살감기
죽을 쒔다
못하고 안 하는 것의 불편함
인생의 방향치

5. 아버지, 그리고 여자가 되고 싶었던 엄마!
무지개가 되어버린 꿈
다시 제자리
불청객

6. 아버지의 굴레를 벗다
개명

7. 인생의 소용돌이
뒤통수
참담한 소용돌이
무너진 식단

8. 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동양 원숭이
서양 원숭이
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노화

9. 내 인생의 마지막 인연
중년의 솔로지만 나도 여자다
놓쳐버린 인연

10. 네버엔딩 홀로서기
미성숙과 서투름의 조화
서투른 홀로서기
수캐들
보이스피싱
네버엔딩 홀로서기

저자소개

김도해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독어독문과를 전공하고 현재 학원 강사로 재직 중이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의문이 쌓여 질문이 됐지만, 그 질문의 대상 다수가 사회 구성원과 그 사회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체제 내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질문과 답변 모두 막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자문자답하듯이 질문의 원인과 그 배경, 그것들의 파장을 따라가며 나름의 해법을 고민한 흔적을 기록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와 고민으로 발생한 질문이라서 가장 원론적인 것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닐까? 그 생각을 기초로 원론적으로 접근한 글이다. 독자의 공감보다는 공동의 문제로 이해되고 또 제시된 여러 글 중 하나라도 깊게 고민하며 더 다양하고 좋은 해법이 제시되며 사회 공동체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저서로는 산문집 『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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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 역시 독일 유학을 정말 조용한 곳에서 시작했었다. 하긴, 독일은 어디를 가든지 조용했다. 우리나라처럼 거리 곳곳에 유행하는 노래나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는 일은 없었다. 버스나 전차 안에서도 기사님의 강압적인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일도 없었다. 또 자동차 경적 한 번 듣지 않고 생활했다. 일방통행로에서 천천히 길 한복판을 걸어도 뒤에서 천천히 따라올 뿐이지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면 차가 조용히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오토바이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았지만 그 경적 소리도 역시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공포의 R이 아닐 수 없었다. 친구들도 나의 그 R 발음을 가지고 말들이 많았다. 발표할 때나 아니면 책을 읽을 때의 R 발음과 일상적인 대화할 때의 R 발음이 다르다는 것이다. 글을 보고 읽을 때는 당연히 신경을 쓰면서 읽으니 문제 될 건 없는데, 말할 때는 R인지 L인지 알게 뭐람! 어떻게 일일이 R과 L을 구분하면서 말을 할 수 있냐고! 그냥 말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낯설고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것이다. 심하게는 놀림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아직도 어지러운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게슴츠레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나를 부른 장본인을 봤다. 바로 옆방 학생이었다. 뭐라 묻기도 전에 뭔가를 내밀었다. 뭔지 몰라서 눈으로 질문을 했다.
“감기 걸리면 우리는 이걸 마셔! 마셔봐!”
“….”
나도 모르게 냄새부터 확인했다. 그는 이슬람교도로 라마단 행사 때, 양고기 요리를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기름도 기름이지만 냄새 때문에 먹지 못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차!’ 하며 미안해서 멋쩍게 웃었다.
“괜찮아! 이건 우리 엄마 비법이야!”
“고마워!”
잠시 후 눈치 없는 오지랖퍼 라듀가 문을 두드렸다. 열어 보니, 그도 뭔가를 쑥 내밀었다.
“이게 뭐야?”
“뱅쇼!”
“그게 뭔데?”
그 유명한 음료를 모른다는 나를 이상하게 빤히 보더니 프랑스식 음료인데 감기에 좋다는 긴 설명과 함께 라스페가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라스페가 임신 중이라 감기 옮을까 봐 자신이 대신 전해주러 온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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