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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5395896
· 쪽수 : 270쪽
· 출판일 : 2021-01-19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2
3
4
5
6
7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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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영감을 찾으라는 하나님의 계시인지는 몰라도 그냥 온 거예요.”
“그래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당신 말대로 우리의 만남은 하나님의 계시가 맞는 것 같네요. 그러나 생선 인꼴이 장사는 거제도에서도 할 수 있었을 텐데요?”
“내가 말 안 했나요? 잠시 머물러 있던 집에 온 손님이 구박하는 말을 하는 바람에 생각도 없이 인천행 기차를 탄 거라고…?”
“내가 말하는 것은 그게 아니요.”
“그러면은요?”
“생선 인꼴이 장사를 할 거면 거제도에서 할 수 있었을 텐데, 인천에까지 왔냐는 거지요.”
“아까 말했잖아요. 영감을 찾으라고 하나님께서 보내신 거라고요.”
“병든 나를 돌보라고요?”
혼자 사시느냐고 묻는 것은 엉터리다. 아버지가 포로병이기는 하나 청년 나이였는데 말이다. 그러면 새로 장가든 작은엄마는 어떤 분일까? 자식은 두었을 테지만, 엄마처럼 장사하는 그런 분은 아닐 테고 말이다. 그것도 있지만 아버지는 본처를 잊고 사시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엄마를 만나보게 된 것이다. 그랬으면 그 기분은 어땠을까. 기분이 좋았을지 생각이 복잡했을지가 궁금하다.
“그런데 아버지를 찾은 것이 진수 너는 반갑지 않은 거 아냐?”
“왜 반갑지 않아. 나도 반갑지.”
그런데 내 아버지이지만 다른 애들 아버지도 돼서 그런지 마음이 썩 내기치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아버지 집을 찾아가면 애들의 엄마가 반가워는 할까? 작은엄마 마음씨가 엄청 좋아서 데리러 오면 또 모를까…. 데리러 오지 않고서는 지금은 아버지가 사신다는 집에 갈 생각이 없지만 말이다.
“형님은 참 대단하십니다.”
“대단은요.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요.”
“남자도 아니면서 두 살배기 애기까지 들쳐업고 삼팔선은 넘었다면 거리는 몇십 리나…?”
“몇십 리가 아닐 거요. 이틀을 걸었으니 말이요.”
“그렇겠네요.”
“험한 산을 넘느라 팔다리 상처는 그만두더라도 애기 젖 먹이는 것이 문제였어요. 미숫가루로는 어림도 없어서요.”
“미숫가루는 젖 먹일 애기가 없을 때 하루 이틀 정도겠지요.”
“어떻든 삼팔선을 무사히 넘은 거요.”
“삼팔선을 넘은 것만으로는 안 될 텐데요?”
“그렇지요. 그래서 젖을 물리려면 무얼 먹어야 해서 밥은 먹고살겠다 싶은 집으로 쳐들어갔고, 며칠을 머물기도 했어요. 저를 머물게 해 주신 그분이 지금은 안 계시겠지만, 찾아뵙지도 못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