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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비평
· ISBN : 9791166893490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5-10-3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속삭일지언정 침묵하지 않는 5
1장 가해자의 흐릿한 실루엣
학살자 안와르 콩고의 눈물 15
사회적 지지를 얻은 폭력 26
배려심 깊은 나치 군인들 37
나만큼은 선하다는 믿음 48
2장 지극히 현대적인 제노사이드
오시비엥침의 시체 공장 65
공동체라는 톱니바퀴 72
‘우리’와 ‘적’의 구분 81
수용소에 존재한 지하사회 92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자 98
3장 존재했지만 들리지 않은 목소리
전쟁을 기록하는 여성 113
파괴된 도시의 주인들 124
피해자가 짊어진 책임감 138
고통을 다시 쓸 수 있다면 148
4장 도시 설계자의 죄의식
히틀러와 건축가의 계획 161
백지 위에 그려진 도시 172
하이 모더니즘의 욕망 183
밤섬 사람들의 부군당 196
5장 냉전, 추모가 금지된 시대
무덤이 없는 사람들 209
기념비 위에 세운 국가 221
저항운동으로서의 제사 233
가족을 갈라놓은 이념 241
6장 기억이 돌아오는 방식
경찰 가해자의 고백 259
기억과 교환한 스페인 민주화 274
문명을 지켜 낸 병사들 284
거리에 새겨질 이름 296
에필로그・기록이 존재를 대신할 수 없지만 317
주 324
저자소개
책속에서
속삭일지언정 침묵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은 때로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때로는 너무 복잡한 맥락을 거쳐야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그 사건이 어떤 경험이었는가를 우리에게 말해 줄 수 있다. 좋은 세상이 오면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이 아니었다면 나는 광주에 대해, 억울한 죽음을 말할 수조차 없는 시대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안와르 콩고라는 노인을 보며 느꼈던 구토감. 처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을 때, 토할 것만 같았다. 이토록 잔혹하고 끔찍하고 역겨운 인간이 있다는 충격에서 비롯된 분노도, 혐오도 아니었다. 가장 곤혹스럽고 고통스러운 감각은 다름 아닌 공감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 구토감을 견디며 힘겹게 변명하는 초라한 노인의 고통에 공감했다.
〈액트 오브 킬링〉의 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안와르 콩고의 죽음을 접하고 자신이 느낀 슬픔을 이야기한다.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안와르 콩고가 “얼마나 끔찍한 삶을 살았는지, 얼마나 끔찍한 선택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가족을 파괴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죄책감이 그를 파멸시켰는지 알고 있”지만 그의 죽음에 눈물 흘린다. 그 눈물은 용서도, 이해도 아니다. 안와르 콩고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고 말한다. 안와르 콩고는 그런 삶을 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삶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