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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67030368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1-11-30
책 소개
목차
누렁이의 젖을 빠는 아기 호랑이
햇볕사슴족 귀신의 분노
백호를 뺏어간 황천돌의 끝없는 욕심
떠돌이 중 수성대사와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
이 세상 최고의 반쪽이 곡마단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름이 다 다르다고 하는 봉래산 백 번째 봉우리에 우뚝 솟은 바위 밑에는 제법 큰 굴이 있었고, 바로 거기에서 ‘눈꽃이 피다’라는 호랑이가 아기를 낳았단다.
처음으로 아기를 낳은 눈꽃이 피다는 자기 몸에서 나온 핏덩이를 보자 묘하게도 흥분이 되는 거야. 아기가 입을 이리저리 문지르다가 신기하게도 젖을 물고 빨아 대는데, 간질간질 그 아련한 느낌이란, 아, 얼마나 황홀했는지 몰라.
어, 그런데 아기는 하얀 호랑이, 즉 백호였어. 눈꽃이 피다는 신기한 듯 백호를 내려다보면서 저도 모르게
“오오, 미래의 산신령님이 오셨군!”
하고 기쁘게 소리쳤어. 지금 현직에 있는 산신령도 백호이고, 최근 5백 년간 연달아 뽑힌 세 명의 산신령이 모두 백호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거든.
눈꽃이 피다는 따뜻한 혀로 아기를 핥아 주면서 얘기했어.
“네가 지혜로운 산신령이 되어 세상 모든 생명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으면 좋겠어.”
아이들은 날마다 허산과 놀기 위해서 똥 냄새 맡은 똥파리처럼 몰려들었어.
“호랑아, 호랑아, 넌 정말 곶감을 무서워하니?”
“호랑아, 호랑아, 넌 정말 담배 피우니?”
허산은 그렇게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좋았어. 그 눈빛은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았고,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이해하려는 듯했거든. 히히히!
참으로 신기한 것은, 집에서는 말 한 마디 없는 아이들도 허산이 앞에만 오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댄다는 사실이야. 어떤 아이가
“호랑아, 호랑아, 난 그림을 잘 그려서 도화서 화원이 되고 싶은데, 우리 부모님이 못 하게 해. 우리 부모님은 목수가 되래. 난 어쩌면 좋을까?”
진심으로 속엣말을 끄집어내면, 허산은 끝까지 듣고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그게 가장 좋은 거야!”
역시 진심으로 말해 주었지. 또 어떤 아이는 자꾸자꾸 친구가 괴롭혀서 힘들다고 하였고, 어떤 친구는 공부가 너무너무 되지 않아서 힘들다고, 또 어떤 친구는 팽이치기를 너무너무 못해서 속상하다고, 연날리기를 잘하고 싶은데 못해서 속상하다고……. 하여튼 별의별 하소연을 다 하였어. 심지어 방귀가 자꾸 나와서 걱정이라는 아이도 있고, 강아지가 자기를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라는 아이, 잠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는 아이까지.
허산은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주었고 한결같이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하고 말했을 뿐이야. 한데도 아이들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좋아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