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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67031334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4-09-02
책 소개
목차
엄마에게 남친이 생겼어 / 지금은 연애할 나이 / 기린은 외로워 / 엄마를 죽여야 한다고?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창작 노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송이는 얼굴에 부딪히는 알싸하게 매운 공기를 느끼며 힘껏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경사가 심한 언덕은 역부족이었다. 내려서 천천히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엄마 휴대폰 톡, 글자가 생각났다.
“보고 싶어요. 뭐 해요? 언제 봐.”
“그만 자. 안녕. 내일.”
딱 봐도 북극곰이란 인간이 엄마에게 들이대며 질척대고 엄마는 은근슬쩍 어장 관리에 들어간 것 같았다. 물어볼까? 아니야, 또 언제 끝낼지 몰라. 제발 쫑내라, 쫑내라. 송이는 걸음을 옮기며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답답한 마음에 올려다본 짙푸른 하늘엔 말갛게 씻은 구름이 뭉게뭉게 떠다녔다. 아직 꼭대기까지 한참 남았다.
“나, 갈게.”
송이가 좋아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반이나 남았다. 아빠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엉거주춤 따라 일어섰다.
“왜, 아빠가 뭘 잘못했어?”
“됐어. 학원 가야 돼.”
“어, 그래. 그렇구나. 참, 송이야. 낼모레가 한우리 돌이야, 이제 걸음마도 시작했어.”
한우리는 아빠가 재혼해서 낳은 아이다. 지난번에 사진과 동영상으로 봤는데 엉금엉금 기는 모습이 귀여워서 송이도 가끔씩 생각하곤 했다.
“좋겠네, 예쁜 딸이 또 하나 있으니.”
오도독, 얼음을 씹듯 쨍하게 쏘아주고 벗어둔 목도리와 가방을 들고 나왔다. 급히 뒤따라 나온 아빠가 기어이 스노볼 쿠키를 가방에 밀어 넣었다.
“잘 가. 무슨 일 있음 연락하고.”
너무 애쓰지 마시라, 이런다고 이미 흩어버린 신뢰가 다시 싹틀 일은 없을 테니까. 송이는 떠나려는 버스를 향해 뛰었다. 아빠가 손을 흔들며 어정쩡하게 따라왔다. 괜히 눈물이 핑 돌고 속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 눈물을 말렸다. 물기가 배어나오지 못하게 눈뿌리에 힘을 주었다. 길가에 붉은 잎을 떨구며 서 있는 나무에 시선을 멈췄다. 큰 키에 비해 나뭇가지가 빈약하고 앙상하다, 지금 송이의 마음처럼. 딸 앞에서 쩔쩔매며 눈치를 봐야 하는 아빠, 그 아빠가 야속하고 원망스런 송이. 언제쯤이면 이 앙상하고 빈약한 관계가 다시 풍성하게 피어날까? 쓸쓸한 송이 가슴으로 바람 한 줄기가 휘익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