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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작가론
· ISBN : 9791167241429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3-08-31
목차
∎머리말 004
제1부
하늘과 사막의 절대 순수와 자유의지― 김호길론 010
낮고 친숙한 초록 사유와 재미성― 김원각론 023
제주 해녀의 애환과 강인함을 적시한 감동어린 보고서― 정인수론 035
서늘한 깊이와 무애의 시학― 이용상론 047
이승은 시조에 나타난 에코페미니즘― 이승은론 059
자유와 소멸과 화평의 시학― 이정환론 068
소통, 합일과 이타와 평화의 시학― 박옥위론 087
물의 상상력― 강인순론 106
사물의 내면 읽기와 겸애의 미학― 제만자론 115
제2부
비판과 자유의지, 폭발하는 서정의 상상력― 노창수론 130
순수와 역설의 변증법― 이무식론 141
에코페미니즘, 맑고 밝은 생명 에너지― 박권숙론 153
순수와 사랑의 단아한 시적 전개― 우아지론 163
눈부신 시적 상상력과 순수 지향의 치열한 시정신― 김강호론 178
정교한 형상화와 생태학적 상상력― 김윤숙론 194
온고이지신의 시적 상상력과 생명성― 박용하론 207
울림의 시학과 실존적 휴머니즘― 강경화론 220
제3부
몸 낮춤의 미학과 차오르는 생의 의지― 장원이론 232
서정과 현실의 조화․ 다양한 형식미학― 김숙자론 247
서정과 감동, 지순한 사랑으로 그려낸 제주 정서 ― 김향진론 258
가락과 역사성, 그 형식과 내용의 조화― 이정홍론 274
재미와 본격문학으로서의 시조― 정별샘론 287
확장과 에코이즘과 낮은 자리의 서사― 이행숙론 298
역동과 탄력, 존재론적 생의 성찰― 변우연론 312
섬세한 서정과 따스한 사랑의 향기― 손예화론 325
순수와 정죄와 삶의 궤적으로서의 돌― 김승재론 339
저자소개
책속에서
현대시조작가론 Ⅳ는 1970년대 이후의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살핀 연구서이다. 한 작가의 전모를 살피기보다 특정 시기의 작품을 살핀 것이므로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급적 한 시인이 지니는 특징적 면모를 살피는 것에 치중하였기 때문에 이 시인들을 살피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늘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글을 쓰기에만 바빴지 이를 반추하고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앞으로는 차분히 우리의 문학을 돌아보고 자리매김을 해보는데 많은 시간을 갖고자 한다.
─ 머리말 중에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청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그 어떤 권위도 요구하지 않았고, 강연을 할 때도 늘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이야기하듯이 얘기하던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Jidu Krishnamurti는 만약 우리가 삶의 움직임을 전부 다 이해하고자 한다면 매우 깊이 이해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시간, 슬픔, 그리고 죽음인데 시간을 이해하는 일, 슬픔의 진짜 중요한 의미를 충분히 납득하는 일, 그리고 죽음과 함께하는 일 ― 이것들 모두가 사랑의 명료함을 요구한다고 한다. 시간이 가진 의미를, 슬픔이 가진 놀라운 깊이를, 그리고 죽음과 함께 오는 순수함을 정말로 이해할 때 자연스럽게 쉽게 저절로 사랑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김호길 시인은 이 세 가지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시력 50년을 거치면서 그는 군인, 조종사, 기자, 농부의 이채로운 직업을 다 경험하였다. 각 삶에 대해 그는 지금도 이를 모두 유지하고 있다. 군 동기들과 만나고 있으며, 월남전 참여로 국가에서 주는 위로금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현재 국내에서 항공기 면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도 멕시코 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시간을 잘 이해하고 이를 초월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슬픔에 대하여도 “슬픔이 너무 크면/ 눈물도 마르고 만다./ 눈물은 영혼의 사치/ 기댈 수 있어야 눈물도 있다./ 기댈 곳 절망뿐이어라,/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슬픔이 너무 크면」)이라 얘기한다. 슬픔의 바닥을 경험하고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인은 인간의 삶으로서는 극지인 사막에서의 삶을 얘기하면서 “이곳의 무생물은/ 있는 그대로 숭고하다./ 살다가 죽은 것은/ 그 여정이 눈부시고/ 아직도 숨 쉬는 모두는/ 그 투쟁이 거룩하다.”(「생과 사」)고 얘기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시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가진 의미를, 슬픔이 가진 깊이를, 그리고 죽음과 함께 오는 순수함을 이해할 때 시인은 이제야 사랑의 편안한 품에 들 수 있으리라. 시인이 외지로 떠돌며 느끼던 외로움이 이제 언제나 가슴 벅차게 다가왔던 자랑스러운 모국 이 땅 위의 사랑과 희망으로 다시 피어나 남은 생애를 건강하게 이어가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노창수 시인의 시편들에서는 아직도 5월 광주의 아픔이 묻어 나온다. 민초들의 꺾이지 않는 자유 의지가 간명하고 단호하게 형상화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점점 물질화 되어가는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를 보여준다. 노 시인의 노련한 일면은 특히 시의 서정성을 운용하는 측면에서 빛을 발한다. 대개 시대에 민감하고 비판적인 작품들이 갖기 쉬운 경직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서정의 폭발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 풍부한 자양으로 인해 그의 시편들은 이제 어느덧 남도의 큰 나무가 되고 있다.
30년이 넘어버린 광주. 역사의 한 페이지로 물러간 광주. 광주는 이제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소재가 되었다. 그러나 노창수 시인은 광주를 얘기한다. 왜 애써 노 시인이 광주를 얘기하는가. 아마도 이는 유행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시인의 과묵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고 싶다. 그러나 그는 이를 과거의 서정으로 낡게 얘기하지 않고 있다. 아주 새로운 감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