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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문학
· ISBN : 9791191797343
· 쪽수 : 194쪽
· 출판일 : 2023-11-10
책 소개
목차
서문 만족 중의 만족, 노래 중의 노래를 추구하며 나금숙
박남희
어둠은 쉽게 확장된다 ㆍ 머리 숙인 문들 ㆍ 속이는 저울 ㆍ 만사의 때 ㆍ 날이 저물고
손진은
다시 얻은 아들과 딸 ㆍ 욥 ㆍ 양떼 ㆍ 봄산 ㆍ 침묵
양왕용
다윗에게 ㆍ 다시 다윗에게 ㆍ 지혜와 명철 ㆍ 헛되고 헛되도다 ㆍ 내 누이 ㆍ 내 신부야
이지엽
결 ㆍ 사이 ㆍ 몸 ㆍ SONG OP SONGS
정재영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ㆍ 언제나 우수 절기 ㆍ 마지막 시비 사해 ㆍ별은 빛으로 말하고 ㆍ 어떤 아가게
김상길
아픈 사랑 ㆍ 낯선 사랑 ㆍ 숨은 사랑 ㆍ 채운 사랑 ㆍ 낡은 사랑
김석
점호 ㆍ 어떤 부활 ㆍ 부모은중경 ㆍ 편린, 자코메티 ㆍ 옛적, 보부상 아주머니
김신영
AI, 혹시 당신입니까? ㆍ AI, 혹시 당신입니까? 2 ㆍ 나를 잃는 방법 ㆍ 서프러제트 ㆍ 도깨비 공장
김지원
시인 다윗 ㆍ 태초에 계신 말씀 ㆍ 전도자 가라사대 ㆍ 두 길 ㆍ 예루살렘 여인들에게
김휼
임재 ㆍ 혀 끝에 피는 꽃 ㆍ 달력의 습속 ㆍ 강물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 ㆍ 내 사랑은 희고도 붉어서
나금숙
후회 ㆍ 우연들, 봄꽃 ㆍ 의자라는 이름 ㆍ 외로워서 노래 ㆍ잘 가,를 벗어 나무에 걸고 난 후
남금희
저녁 무렵 ㆍ 말 못하는 기도 ㆍ 물동이를 이고 ㆍ 해우소에서 만나다 ㆍ 노안의 새벽
시평 일곱 번째 책 _ 김신영
12시인 주소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침묵
손진은
천지가 시작될 때 들렸던
태초의 말의 울림이
씨앗 속에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다면 아침이 열리고
밤이 내리고
초록이 번지고
눈이 내릴 때
대지는
천 가지 형상의 침묵을 어떻게 알아들을까
침묵을 잉태한 말이
설레는 가지 끝에서
작은 바람에도
그 촉수를 뻗어
무한까지 퍼져 나갔다 돌아오는 것이거니
그렇지 않다면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 같은 해가
어찌 먼 대륙까지 그의 길을 달려갈 수 있을까
여기 돋는 새순
저기 피었다 지는 꽃
멀리 물드는 단풍
잔잔히 부는 바람과
얼음과 서리가 저리 가지런할 수 있을까
허나 말은 항상 자신을 데리고 왔던
침묵 속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마치 칼집 속에서 나온 칼이
다시 칼집으로 들어가 안식을 취하는 것처럼
별은 빛으로 말하고
정재영
나와 당신의 세상에서 우리 첫 만남은
소리 없는 눈빛이었네
어느 날 우리 언어는 어둠의 계곡에 갇혀
별들이 호소하는 빛 사이에 갇힌 침묵이었지
사랑의 포로가 된 초록 별은
오로라로 거친 숨결을 쉬는 가난한 별
누구나 어둔 가슴에는 귀가 없어
빛이 말해도 듣지 못하여
속삭임의 언어를 잃었다
첫날 눈빛 그 말이 겨울 북풍이 되어
가슴을 치며 호소해도
모두 빛을 잃고 허둥대고 있다
태초 말은
사랑을 전하기 위함이었던가
가난하게 살다 간 사나이가
숨 거두는 순간의 외마디 소리를
배부른 자는 듣지 못한다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의 말만 가득하나
우리는 빛을 잃은 어둠의 땅
별들은 혼자 떠들고
우리는 말을 잃은 벙어리
눈만 껌벅이고 있다
채운 사랑
김상길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우리는 만발한 생강나무 꽃을 보며
창백한 상처를 노래했다
다인茶人은 향기로운 꽃차를 만들기 위해
생강나무 꽃에 기어이 상처를 낸다던가
우리는 으스러진 날들을 헤아리다가
단정히 앉아 수렴의 섭리를 찬미했다
조심스러운 독창은 서로 벅찬 화음이 되어
가슴의 문턱을 넘고 침묵의 장벽을 넘었다
눈빛은 달라도 눈물은 같았다
음성은 달라도 음률은 같았다
모습은 달라도 숨결은 같았다
댓잎 바람에 풍경風磬이 애창하듯
열린 가슴에 신비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둑 터진 대적의 함성도 우리의 노래를 삼키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채운 사랑이 산성山城이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