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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67373809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3-11-3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정상동물 이데올로기와 편들기
제1장 고통받지 않을 권리 너머
‘안락사’는 없다 | 고통을 느끼지만 않으면 | 고통 중심의 동물권, 그 뿌리는 | 동물의 고통에서 동물의 기쁨으로, 인간과 동물의 공동체로 | 어떤 사랑을 할 것인가
제2장 동물을 대리한다는 것
한없이 노트북에 가까운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 자연물은 당사자 능력이 없
다 | 세계 동물의 삶과 법 | 의인화라는 함정 | 의인화의 해체 | ‘투명한 어둠’에
갇힌 동물 | 대리의 조건들 | 대리의 정치들 | 동맹과 책임으로서의 자연-권
제3장 일하는 동물: 《자본론》 다시 쓰기
책임과 호혜를 묻다 | 인간의 노동에 가려진 동물의 노동 | 왜 하필 노동인가 | 응답하는 힘: 죽여도 되는 존재로 만들지 말라 | 다시,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제4장 동물원, 복지원, 보호소
갇힌 존재들 | 동물원, 수족관이라는 시설 | ‘보호’라는 이름의 정치 | 예시적 정치, 공생과 돌봄의 공동체 | 대항배치로서의 공생과 돌봄의 공동체로
제5장 동물권과 포식의 정치
‘고기’는 무엇을 가리고 있나 | 육식주의와 정상동물 이데올로기 | 자본은 자연을 직조한다 | 인간-비인간의 동맹 맺기, 비거니즘 | 배양육과 비거니즘 | 자본주의의 대항배치로서 비거니즘 | 실천으로서의 비거니즘
제6장 위기들의 시대, 동물과 공생하기
기후위기와 동물권은 어떻게 만나나 | 기후, 정의를 말하다 | 왜 기후문제는 부정의한가 | 기후정의와 만나는 노동, 젠더, 빈곤, 난민, 평화 | 그런데 동물은 없다 | ‘채식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이 아닌 ‘채식해야 하는 세상’으로 | “소”여야 해: 동물과 기후와 지역이 만나는 곳
참고문헌
미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에게 ‘동물’은 경과적 개념이다. 코끼리와 연어와 개구리와 뱀과 제비와 오징어와 전갈과 모기와 지네와 해삼과 산호와 지렁이와 플라나리아를 ‘동물’이란 한 단어로 퉁칠 수 있다고? 동물은 동물의 실체를 온전히 표상할 수 없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성의 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물(정확히는 존재하는 존재자)은 동시에 최종적 개념이기도 하다. 자연과학, 그중에서도 계통분류학이라는 이성의 정점이 동물의 정상성을 만들었고 그 정상성에 기대어 지금의 인간중심주의가 득세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비인간동물은 더 이상 아무런 수식어 없이 정립되지 않는다. 우리는 농장동물, 전시동물, 반려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 등 인간이 정의한 구획 안에만 동물이 존재하는 정상동물 이데올로기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는 자본주의 체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든 동물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음식, 장난감, 사냥감, 장식품, 무기, 도구로 나뉘는 순간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는 작동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중심적 분류에 따라 ‘정상적’으로 대하는 모든 행위는 자연스럽게 정당화된다. 심지어 죽이는 행위까지도.
_ 〈들어가며: 정상동물 이데올로기와 편들기〉
우리에게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친숙한 수학자이자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제자들에게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신의 창조물이고, 윤회를 통해 인간도 동물이, 동물도 인간이 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채식, 절제, 침묵을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으며, 그의 이름을 딴 공동체에 입회하려면 수년간 채식, 절제, 침묵의 계율을 지키고 훈련해야 했다. 영혼이 인간과 동물을 구별 없이 오간다고 생각했기에 지위에 차이를 두지 않았고, 그런 점에서는 가장 급진적인 동물권 사상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700년 뒤, 피타고라스의 유산을 이어받은 플루타르코스는 〈육식에 대하여(Of Eating Flesh)〉에서 “(잠시의 쾌락을 얻기 위한) 약간의 살점을 먹기 위해 우리는 그들에게서 태양과 빛을, 즐기려고 태어난 삶과 시간을 빼앗는다. 그리고 그 동물이 우리에게 보내는 비명소리는 불명확한 소음일 뿐이라고 여기며, 그것이 항의와 간청과 애원의 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그는 동물도 이성을 지니고 있다는 철학을 공유하며, 오히려 동물이 인간보다 용기·절제·지혜 면에서 나은 존재라고 설파했다.
_ 〈고통받지 않을 권리 너머〉
우리는 흔히 동물에게는 동물이 사는 고유한 방식이 있고, 그 습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인간의 생활과 너무 밀착되어 인간과 동일한 사회 구조에서 ‘유사인간’으로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당장 필요한 세계는 인간의 현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환경을 지속하자거나 동물복지를 증진하면서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경마는 물론이고 낙농업과 축산업은 모두 종식되어야 한다. 다만 앞에서 보았듯 의인화는 다른 종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이라는 종의 경험을 활용하는 유용한 도구라는 점과, 인간이라는 종은 많이 연구되었으므로 다른 동물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모델임을 상기하면, 이런 의문이 든다. 왜 우리는 동물이 해방되고 동물권이 향상될수록 인간이 해방되고 인권이 향상될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200여 년에 걸쳐 연구하고 발전시켜온 인권의 유익함을 동물에게 적용하는 것을 주저할까? 생각해보면 지금의 현실도 전부 상상의 산물이었는데 말이다.
_ 〈일하는 동물: 《자본론》 다시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