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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적당한 실례](/img_thumb2/9791167374141.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374141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4-04-20
책 소개
목차
1부 기지개 켜기
이 세상의 웃긴 비건
생활다도인(生活茶道人)
친구에 대해 쓰지 않으며 친구에 대해 쓰기
초보 복서
위대한 김 여사의 지붕
잠이 오지 않는 직업
정말 이상하네요
휴가라고 불러볼까
소공녀 뷰티랩
2부 물구나무 서기
글과 이름들
세 여자의 설
평온무사
회사원 Z의 아침
‘이 정도로’ 사건
쓰기만 하소서
지속가능한 휴가
약속 시간은 오후 한 시
인천 기행
식탁 앞의 외계인
태양에 대한 통화 기록
3부 까치발 들기
얼굴과 이야기
우리들의 fasting season
화장대의 200달러와 아메리칸 드림
반알고리즘적 인간
슬픔은 두둥실
고양이라도 된 기분
저 비건 아닌데요
소리를 찾아서 (상)
소리를 찾아서 (하)
성대모사를 하는 글방
수상한 여자
4부 콧노래 부르기
살려고 한 농담
모자 장수
너와 섹시댄스를 추고 싶어 (상)
너와 섹시댄스를 추고 싶어 (하)
모임
첫 직장은 시민단체
윈터 원더랜드; 더 워터리스 월드
농담의 빛과 그림자
밤을 넘어서
지금부터 노래를 할게요
들꽃마을의 들개들
영원히 늙지 않는 법
저자소개
책속에서
농담은 보기 드문 기적이다. 마치 소나기 후에 깜짝 등장한 쌍무지개 같다. 난데없이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혼잣말이듯 웃음이 터지지 않으면 농담이 아니다. 그러니까 코미디언은 그 희귀한 자연현상을 일으키기 위해 애쓰는 것인데, 그러면 일상의 대부분을 농담거리를 찾겠다고 책에 코를 박고 있거나, 술병에 코를 박고 있거나, 싸늘한 무대 위에서 코를 식히고 있는 것이다. 코미디언의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_<이 세상의 웃긴 비건>
“차 한잔하자”는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그 말을 나처럼 진중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그것은 ‘대화를 나누자’는 뜻이겠지만 나에게는 ‘여섯 시간 정도 좌식 괜찮냐’, ‘사랑한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 차 마시는 행위는 커피 마시는 게 부담스러운 날 머그에 티백을 담그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안 하면 죽는 일이다. 그렇다. 나는, 푹 찌르면 피가 아니라 차가 나오는 생활다도인인 것이다.
_ <생활다도인>
나는 복싱을 못했고 줄넘기도 못했지만 다른 건 더 못했다. 특히 글 쓰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에 미친 듯이 열을 올리는 모습은 안쓰럽다 못해 참담했다. 종일 집안을 돌고 돌면서 삼시 세끼를 과하게 챙겨 먹고 똥만 쌌다. 수치스러운 기분에 쉽게 잠들지 못했고 온갖 망상에 시달리다 보면 동이 텄다. 무능하고 쓸모없고 의미 없는 하루가 반복됐다. 나는 생각했다. 차라리 복싱장에 가겠어. 차라리 복싱을 못하겠어. 마치 보이지 않는 물살에 떠내려가듯 복싱장 앞에 섰다. 세상에는 내 마음처럼 되는 일이 한 가지도 없었다. 내 몸뚱어리조차도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는 법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두 주먹을 움켜쥐고 선 거울 속의 나는 한결같이 엉성하고 빈약했다. 약해 빠졌다. 툭 하고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았다.
_ 〈초보 복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