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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7374479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4-07-25
책 소개
목차
미스터 포터 • 9
옮긴이의 말 • 195
책속에서
그리고 그날, 해는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었고, 평소처럼 가차 없이 환히, 그림자조차 창백해지도록, 그림자조차 쉴 곳을 찾도록 빛났다. 그날 해는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었으나 포터 씨는 이에 주목하지 않았으니, 그는 해가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는 데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해가 평소와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포터 씨의 하루는 크게 달라졌으리라, 그랬다면 비가 내릴지 모른다는 얘기였고, 아무리 잠깐이라 해도 포터 씨의 하루는 달라졌을 텐데, 그건 해가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는 데에 그가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많은 고통이 포터 씨에게 따라붙었고, 너무나 많은 고통이 그를 소진했고, 너무나 많은 고통을 그는 남기고 갔다.
그리고 포터 씨, 내 아버지가 된 남자, 70세까지 살았고 그동안 내내 읽을 줄 몰랐고 쓰기를 배우지 않았던 로더릭 너새니얼 포터라는 이름의 남자는 1922년 1월 7일 태어났고 1992년 6월 4일에 죽었다. 그리고 그 70년의 생에서 그는 자기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그보다 못한 사람이 되기는 분명 더더욱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그 70년 동안 매일이 그날의 위험을 안고 있었고, 매일의 위험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면서도 또 너무나 예사로워서 마치 숨쉬기 같았고, 이런 식으로 고통은 정상이 되었고, 이런 식으로 고통은 생 그 자체가 되었으며, 이 고통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것이 정의와 행복이든 혹은 더 많은 고통과 부당함이든, 적개심과 분노와 실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70년의 생 시초에 70년은 포터 씨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세월로 여겨졌을 것이며, 생의 끝 무렵에는 그가 살았던 모든 날이 하루,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하루와도 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