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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127401
· 쪽수 : 84쪽
· 출판일 : 2023-12-13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선생님, 늦게나마 네 번째 시집을 출간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책을 구입하면서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터뷰도 읽었습니다. 꾸준히 강의와 마감을 하며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더군요. 출강하시는 학교는 바뀌었지만요.
《무칭》.
제목이 좋네요. 사전에 있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막상 찾아보니 사전에 없는 게 왠지 선생님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주변에는 항상 선생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있고, 이들의 열의가 꺼지면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그러한 교체 현상을 자연의 순환과정처럼 바라보게 되면서 저는 은몰한 사람들을 안타깝게 여기지 않게 됐습니다. 제 포기에 대해서도요. 밀물과 썰물, 나아감과 물러섬, 쓰는 사람에서 읽는 사람으로, 정체성만 바뀔 뿐, 여전히 문학이라는 공동체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문학은 제가 아는 가장 진실한 공동체였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는 업계에 들어와 배운 건 읽지 않는 법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혹평들은 개인의 감상일 뿐이고, 찾아보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삶의 경계를 침범하는 건 명백한 악의였다. 세언은 보낸 이의 정체는 몰라도 목적은 알았다. 상대가 원하는 게 그녀가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거란 걸. 위협적인 말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사람들은 도처에 있었고, 지나가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길바닥에 침을 뱉는 남자들처럼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다른 사냥감을 찾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