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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261549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5-05-06
책 소개
선율도 화성도 벗어버린 벌거벗은 텍스트들
『시인의 마을』(1978)이란 데뷔 앨범 제목처럼 정태춘은 가수 이전에 이미 시인(詩人)이었다. 그런 그가 12번째 앨범 『집중호우 사이』를 발매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학 프로젝트’를 표방했다. 그의 이번 앨범을 두고 문학평론가 오민석은 “지금까지 한국 대중가요가 이룩한 최고의 문학적 성취”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이번 앨범은 그의 노래 인생을 관통해온 ‘문학 프로젝트’의 연장선이자 한국 문학에 진 빚을 갚고자 한 그의 오랜 바람을 실현한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문학 프로젝트 중 하나로 출간한 노래시집 『집중호우 사이』 역시 그가 노래를 멈추고 가죽공예, 한시, 붓글, 사진 작업 등으로 확장해 온 지난 20여 년의 기록을 한 권에 담아낸 특별한 성찰의 산물이다. 노랫말, 한시, 산문, 사진, 이야기 시, 메모 등 장르를 넘나드는 글들이 ‘노래 시’라는 이름으로 엮인 이 책은 단순한 시집이 아니라, “노래가 된 시, 시가 된 노래”라는 그만의 고유한 창작 방식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사와 문학사에 동시에 발을 딛는 새로운 텍스트들로 다가온다.
정태춘은 이번 책에서 자연과 삶, 존재의 무상함을 시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고릴라 다이어리’라는 이야기 시를 통해 문명 비판과 반산업주의, 그리고 대안 공동체에 대한 상상력까지 담아낸다. 또한 이를 통해 그는 동아시아의 자연 시인 도연명, 평화주의자 틱낫한 등과 같은 맥락 속에서 ‘수양적 예술’을 실천하는 사유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고 ‘동아시아적 노래 시인’으로서의 독자적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책에는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캡션 없이 삽입되어 붓글씨와 함께 무심한 듯 진솔한 시적 정조를 더한다. 덧붙여, 그의 시편 곳곳에는 동양의 풍자시 정신, 불교의 무상관, 동아시아 예술가들의 사유 전통이 깊게 배어 있어 독자들에게 시적 아름다움과 철학적 성찰을 동시에 선사한다. 자서(自序)를 통해, “돌아보면 저 20여 년이란 세월도 별일 없이 흘러갔다. 그 시간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노래와 시로 풀어놓는다.”라고 말한 정태춘의 이번 노래시집 『집중호우 사이』는 동명의 정규 12집 음반과 함께 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이자 사유와 예술, 삶의 통합을 지향하는 그의 예술 철학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문학적 성취이다.
목차
자서(自序)
제1부
아왈 처왈 10|가을 낮잠 12|오랏줄 14|송파의 저녁 16|그 집, 늙은 개 18|해리 딘 스탠턴20|남한강에 내려오다 22|신북면 24|쓰레기통 26|강촌농무 28|고추밭 마른 장마 29|세 살 손녀 내 동무 30| 컵라면과 에바 캐시디 32|부론 강변에서 34|개망초 36|봄 노인 37|연북정 戀北亭 38|두 사람 40|아나키 42|백합 43|즉석 복권 44|제기랄 45|겨울 산골의 두루미가 46|내 마음 속 알 수 없네 47|밀양의 화부, 한수 48|솔미 펜션 서쪽 산 아래 50|도비도 가는 길 52|대엽 풍란, 몸부림 54|내 마음 어디에 있나 56|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네 57|저녁 강변에 나가지 마오 58|누구의 노래인가, 떠나가는 배 60|사다리차 그리고, 담쟁이 62|운주사 64|정산리 노을 68|미황사 금강 스님께 69|깃발, 서 기자님께 72|수련 74|祖孫共樂 조손공락 75|天眞爛漫 천진난만 76|나, 그리고 풍란 분재의 키 큰 잡초 77|얻어 온 새 벼루에 먹을 갈며 78|길 80|천문대 폭설 82|골동 자물쇠 83|제주 하르방 84|랭글러 86|옛 노래 88|만약 89|옛 사진 속의 내 구두 90|외연도에서 92
막간(幕間) - 고릴라 다이어리
지구 위의 고릴라 98|그 많은 인간들은 다 어디로 101|눈이 오면 나는 좋아 104|당신의 성긴 눈썹 아래 109|종교가 없다? 112|언어와 상상력에 관한 메일 114|별은 내 머리 위에서 빛나고 118|나의 생은 굴욕이다 121|고릴라 공화국 122|헨리 데이빗 소로우여 124|청소원 아줌마 127|고릴라 올림픽 129|강변 입춘 131|소비자 파업 133|비평과 뉴스와 136|이웃 별 친구에게서 아직 소식이 없다 138|꽃샘 추위 140|이웃 별 친구에게서 온 두 번째 편지 142|그 답신 146|지난번 편지의 또 다른 이야기들 150|또 맹자 가라사대 152|나도 이사 가고 싶다 154|당이 필요하지 않을까, 거기 156|노래 158|괴물들이 사는 나라 160|여러분의 공공재 163|담당의로부터의 문자와 166|지구에는 몇몇 아주머니들만 168|도심, 산사음악회 172
제2부
기러기 180|도리 강변에서 182|나의 범선들은 도시를 떠났다 186|엘도라도는 어디 190| 솔미의 시절 194|집중호우 사이 197|하동 언덕 매화 놀이 200|정산리 연가 204|폭설, 동백의 노래 206|민들레 시집 208|올레길 하얀 요트 212|나의 기타는 216|너 그리워 눈물이 나 219|백운면 사과술 222|솔미 펜션 224|옥상 농부의 노래 226 |운주사 와불 230|도비도 가는 길 234|담쟁이와 함께 236|어느 강 마을 이야기 240|소나기 거리에서 244|양치기들의 노래 247|산수화 한 폭 걸어두고 250|푸른 밤, 폭염 일기 254|2050년, 어쩌면 그날 256|칠월 나비 259|어느 별 아이에게 261|장자몽, 호접몽 263|늙은 시인의 방화 일기 265|칼 가는 노인 268|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 272|노래방 274|이반 일리치 276
제3부
책 284|과외 선생 287|봄, 작약 288|근조, 유나바머 290|칼 가라요오 291|옥상 농부 294|칸나, 그 붉은 296|여름 옥상 298|발바닥, 혁명 300|쥬라기 영화 302|어린 가족 303|배롱나무가, 세에상에 304|미안하지요 306|가을꽃 307|엉덩이 309|가을비 310|애비 312|서울 313|나의 뇌 315|시는 317|문학은, 시는 319|노래, 그것들이 내게로 왔다 320
에필로그
리뷰 1|‘사유하는 예술가’ 정태춘과 동아시아 인문 정신 (김태만) 324
리뷰 2|시가 된 노래, 노래가 된 시―정태춘 노래 시집 『집중호우 사이』 읽기 (오민석) 330
리뷰 3|그의 문학적 욕망이 가장 자유롭게, 집중적으로 발현된 작업의 결과물 (김창남) 344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첫 한시(漢詩)가 나왔다. 요즘 누가 한시 읽고 쓰느냐고들 하지만 천자문을 쓰다가 이렇게 한시가 내게 와 주어서 이제까지 내치지 않고 또, 붓을 놓지 못하고 있다. 노래 만들기를 접었어도 내 말을 완전히 접을 수는 없던 터에, 그걸 풀어낼 새 방법과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된 것이었다.
도시는 영하 십여 도/ 서북 한파가 칼바람으로 춤추는데/ 수천 세대 아파트/ 집집마다 더운물 목욕/ 이른 저녁 위층에선 첼로 소리/ 담벼락 아래로/ 어린 고양이 울며 지나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