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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8419025
· 쪽수 : 468쪽
· 출판일 : 2024-09-2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자기야, 왜 그래?” 남자가 물었다.
“경찰, 경찰 부를 거야.” 휴대폰 배터리가 제발 남아있기를 바라며 가방을 뒤졌다. 하지만 있어야 할 휴대폰은 보이지 않고 낮에 공방에서 만든 작은 선인장 화분만 떡하니 가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 화분 밑에서 불빛이 깜박거렸다. 가방을 마구 헤집어 휴대폰을 꺼냈다.
순간 휴대폰 잠금화면이 로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변을 배경으로 선 자신,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은 한 남자. 그 남자가 바로 눈앞에 서있었다.
“그래. 알았어.” 로렌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사다리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집에 오래 산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사다리를 한쪽으로 확 잡아 뺄 때 나는 소리였다. 냉장고를 열었다. 귀리 우유, 캐슈너트 우유, 일반 우유, 우유가 세 가지 종류나 있었다. 남편은 차에 우유를 넣지 않을 수도 있다. 남편은 건축가다. 잠시 망설이다가 우유를 넣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남편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유 넣을까?” 로렌이 파란색 머그잔을 들고 다락방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뭐라고?” 전혀 다른 남자가 다락방에서 내려오며 물었다.
이제 집에 돌아가면 또 다른 남편을 만날 것이다. 모퉁이를 돌자 집이 보였다. 이번엔 집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남편도 여느 남편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는 그저 보통의 남자일 것이다.
현관문을 열었다. 계단에 카펫이 다시 등장했다.
“자기야, 나 왔어.” 로렌이 소리쳤다.
“아름다운 아가씨, 어서 오시옵소서.” 몸에 딱 붙고 붉은색 수가 놓인 더블릿에 다이아몬드 무늬가 들어간 타이츠를 신은,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짙은 머리칼을 어마어마한 리본으로 묶은 남자가 로렌을 맞았다.
“어디 다녀오십니까? 그 이상야릇한 옷은 다 무엇입니까?”
이런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