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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550773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2-11-10
책 소개
목차
오키노토리시마 위의 광대 │ 9
마리의 사랑 │ 36
폭풍 전야 │ 63
제4의 세력 │ 96
인질의 인질들 │ 129
백마 탄 왕자 │ 160
늑대 사냥 │ 175
붕새와 달마의 꿈 │ 203
세계미래지도자 │ 224
핫 플레이스 │ 246
웅의 시간 │ 257
위기의 남녀 │ 280
남겨진 시간 │ 309
냉동 앰풀 │ 335
사람의 시간 │ 383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키노토리시마 위의 광대
도쿄 수상관저에 긴급 기자회견이 예고됐다. 기자들은 웅성거렸다. 삼삼오오 모여 발표내용을 유추했다. 동중국해 사태 속인지라 회견장 분위기는 무거웠다. 대한 선전포고나 미야기 내각 사퇴 또는 총리 사임 등을 조심스레 예측했다.
나아토 관방장관이 회견장에 나타났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미야기 총리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던 기자들이 술렁였다. 나아토는 정중히 인사를 했다. 원고를 훑어보는 이마에 주름이 잔뜩 잡혔다. 기자들과 찡그린 채 눈을 맞추다가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먼저 비통한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22일 새벽 0시 38분 일본은 미상의 적으로부터 폭격당했습니다.”
눈결 회견장은 짧은 탄식과 함께 침묵이 흘렀다.
“공격받은 곳은 도쿄도 오가사와라촌 소속 오키노토리시마입니다.”
기자들이 하나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일이었다. 일본이 공격을 받았다는 것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전쟁이 발발한 것인가? 미상의 적이라면…. 짧은 시간 팩트 설명에 앞서 몹쓸 상상이 난무했다.
나아토 관방의 발표에 회견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태평양전쟁 이후 83년 만에 일본이 폭격당했다는 것을 나아토가 확인해 주는 순간이었다.
정체 미상 잠수함에서 발사된 저속 잠항 어뢰와 함대지 미사일이 태평양의 외로운 암초 오키노토리시마를 폭격했다. 동중국해와 진먼다오에 관심이 쏠린 틈을 타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오키노토리시마를 공격한 것이다.
폭격으로 물 위로 1.5m 돌출되었던 암초 오키노토리시마는 해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공격 잠수함은 재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필리핀과 타이완 사이의 바시 해협과 루손 해협 사이를 잠항하다가 필리핀 바스코 섬 인근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된다. 속도로 볼 때 저 소음 핵잠수함이거나 대형 디젤 잠수함으로 추정되었다. 괌 미 해군기지에서 음파를 잡아내며 추적을 계속했지만, 잠수함은 음파 감지 불가 지역으로 들어가 버렸다. 괌 기지에서는 용의 선상에 중국, 러시아, 한국을 올렸다.
일본 언론은 오키노토리시마 기사를 쏟아냈다. 오키노토리시마가 사라짐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큰 곳이 어딘지를 분석했다. 러시아는 오키노토리시마와 직접 관계는 없어 보였다. 가장 큰 영향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제2도련선 구축과 태평양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반사이익과 비교하면 무모해 보였다. 그럼 우연한 실수였을까? 한국도 한새군도 방어가 급한 상황에서 굳이 오키노토리시마를 공격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일본 미야기 내각은 한국과 중국을 지목했다. CIRO는 오래전부터 한국과 중국이 오키노토리시마를 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양국은 영유권 문제 해법 카드로 오키노토리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석된 첩보로도 한국은 독도 등 국토 분쟁이 심화할 경우를 대비해 비장의 카드로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국도 언젠가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등의 분쟁 카드로 오키노토리시마를 생각하고 있었다. SLBM 한 방이면 바닷속으로 수몰시키기에 어렵지 않은 목표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키노토리시마 폭격으로 일본은 충격에 휩싸였다.
통합막료장 등 군사 최고위직의 인터뷰도 활발해졌다.
“해상막료장께서는 누구의 소행으로 생각하십니까?”
언론의 질문에 후지마 나루토 해상막료장은 적을 특정하지 못한 채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오키노토리시마와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일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중국이나 한국이라는 뜻이군요?”
막료장은 말을 아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정황으로 보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공격 피해는 어느 정도입니까?”
“그것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관련성도 흘러나오던데, 근거가 있는 얘기입니까?”
“미상의 잠수함 음문(스크루 소리)을 두고 그런 말이 나온 게 아닌가 합니다. 잠수함 추적에 실패했다는 것도 그렇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미야기는 생각에 잠겼다.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할지 아니면 한국을 지목해서 다케시마(독도)와 니시지마(한새군도)를 놓고 싸우는 것이 나을지를 고민했다. 생각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부담이 컸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선정성과 흥행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한국을 지목한다면, 언론이 일본 국민의 분개심을 자극해줄 것이다. 국민의 여론이 끓어 올라주면 다양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반한 감정이 들끓게 되면 총리의 진퇴 여론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사라질 것이다.
미야기 총리는 손바닥과 손등을 번갈아 봤다. 여반장이다. 세상일이 손바닥 뒤집히듯 간단하게 뒤집혔다. 이 손에 어떤 카드를 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