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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8614598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5-05-08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 수수밭에 들다
1부
슈크란 바바
이소(離巢)
타인의 삶
꽃의 여왕
수박은 깨서 먹어야 제맛
애증의 대명사 쥐
반의반
친구 집 다녀오는 길
낙동강은 흐른다
2부
혼자 하는 취미생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아카시아 추억
어머니와 구름
반려
여름 바다 추억
고목을 안다
호박이 있는 가을 풍경
피아노를 팔다
3부
소에 대한 기억
작은 공원의 나무들
여름이 좋은 세 가지 이유
김해의 문인화로 치유하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매화꽃 필 때를 기다리며
6월을 맞이하며
대학원장의 주례사
4부
무작정 여행
어머니의 편지 1
어머니의 편지 2
어머니의 편지 3
동기간
기억에 남는 생일
유품
12월에 관한 단상
발문 | 먼 길을 나서는 사람의 채비_성선경(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낯선 분위기라 잠이 좀처럼 오지 않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딸이 “아빠, 잘 키워 줘서 고마워. 아빠는 글을 잘 쓰니까 이 상황을 글로 써보면 어때?” 한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내일 출근해야 하니 그만 자” 했다. 딸은 자기 아빠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리고 이따금 역설로 표현한다는 사실도 아는 모양이다.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고였다. 형광등을 끈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도 가만히 ‘잘 커 줘서 고마워’라고 반응하며 괭이잠에 들었다.
아침 해가 밝고 해결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고 왔다. 이소한 어린 박새같이 새봄을 맞아 세상 속으로 처음 뛰어든 우리 딸과 우리나라의 딸, 아들들에게 감히 고해본다. 살구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붕새처럼 세상을 훨훨 날기를…. 항상 건강하여라
_「이소」
나도 한때는 부모님의 자식이었고, 지금은 자식들의 아버지가 되어 있다. 이 일로 하여 내가 자식일 때 부모님께 얼마만큼의 기쁨을 드렸던가 하고 한 번 더 돌이켜 보게도 했다. 나는 부모님께 생신 선물을 제대로 해준 기억이 별로 없다. 생신 선물은 고사하고 철없이 세상에 왜 태어나게 했냐고 대든 기억만 선명하다.
고등학교 갓 입학한 후의 일이다. 몇 가지 준비물을 사기 위하여 어머니께 돈을 요구하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어머니는 주지를 못했다. 그래서 화가 나 “자식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킬 거면서 왜 낳았냐”라며 아침 등굣길에서 어머니께 달려든 기억이 있다. 어머니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불효의 기억은 지금까지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 일 이후에도 나의 잘못은 모두 잊어버린 채 내 생일만 되면 내가 어디에 있든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생일 밥을 해주시고 가셨다. 염천의 더위에 낳은 것도 모자라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올해는 유례없는 긴 장마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어머니가 더 보고 싶다.
_「반의반」
5월의 구름은 어머니 같다. 구름은 삶이 힘들 때 어머니를 그리듯 쳐다보는 것이다. 휴식해야 할 때 구름을 쳐다보면서 마음을 달랜다. 구름은 사람처럼 어딘가에 구속받지 않는다. 구름은 자유롭다.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바람 따라 흘러간다. 흘러가되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그저 적막으로 흐르다가 사라지고 또 어느 순간에 나타난다.
파란 하늘의 가운데 혹은 신록의 산골짝에 나타나 고요히 떠 있는 구름은 그 자체로 신비롭다. 구름은 노마드처럼 이동하는 매력이 있다. 구름은 한곳에 머물며 사는 사람들에게 상상으로나마 멀리 떠날 기회를 준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팍팍한 마음을 위로한다.
구름은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 파란 하늘엔 흰 구름, 회색빛 하늘엔 먹구름, 노을 깔린 하늘엔 붉은색 구름이 제격이다. 구름은 태양의 열에 의해 생겨나고, 비가 내리면 비와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비 갠 하늘에는 구름이 적다. 어쩌다 미련이 남아 미루나무 꼭대기에 흰 구름 한두 점 걸려 있다. 걸려 있는 구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눈물을 적시곤 한다.
_「어머니와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