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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69091879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3-12-11
책 소개
목차
서문 9
사냥꾼들 17
사람과 고양이가 만날 때 45
아빠냥 71
리가보 97
냥 천사 111
모든 고양이가 사랑스러운 건 아니다 129
다른 나라 고양이 171
신하이 고양이 189
밥이 아닌 사랑을 원하는 고양이 209
싱창리 고양이의 독백:
우리가 서로를 용인하기를 229
옮긴이의 말 243
책속에서
엄마냥들을 중성화시키는 시대가 시작되자 우리는 엄마 잃은 아가냥을 드문드문, 잇따라 거두게 되었다. 그들은 엄마한테서 어떤 기예도 전수받을 겨를이 없었지만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배불리 먹고 편히 살면서도 그들은 별 지장 없이 뛰어난 사냥꾼으로 자랐다. 그런데 이 사냥꾼 명단에 수고양이는 한 마리도 없다. 고양잇과 수컷이 대개 이렇다. 어쩐지 자미두수 천동좌 복덕궁 운세인 딸아이 멍멍이 이런 제안을 하더라니. 다음 생에는 잊지 말고 고양잇과 수컷으로 환생하자고, 가능하면 치타로 태어나자고 말이다. 그들은 평생을 놀고먹는다나.
그래서 우리는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해외에 나가거나 이사하거나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겨 더 이상 못 키우게 된 동물을 받아달라는 그런 부탁은 매몰차다 싶게 거절한다. 그동안은 키울 수 있었고 정을 나눴으면서 어찌 더는 못 하겠다는 걸까,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친구들은 대개 이런 말로 우리를 설득하려 한다. “그치만 얼마나 귀엽고 똑똑하다고. 이러이러한 종이라니까(대개 혈통이 좋은 품종 동물이다).” 우리는 더더욱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럼 데려가려는 사람 많겠네. 우리 집이 갈 곳 없는 동물의 집이라면, 연약하고 힘없는 동물들을 위한 곳이야. 원하는 사람도,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없는 그런 개와 고양이.”
그런대로 현실적인 처녀자리 톈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밤은 대부분 기압이 낮아서 온갖 벌레가 굴에서 나오는 때라고. 고양이들이 바퀴벌레나 도마뱀붙이를 사냥하기 위해 창문을 넘어 베란다로 나가는 거라고. 거기서 옹벽으로 훌쩍 뛰어 끝까지 쭉 가거나, 오른쪽 딩丁씨네 담장으로 건너가거나, 왼쪽 쉬徐씨네 가건물 지붕에 올라갔을 거라고. 마지막에는 동네 경비대 앞
빈터에 웅크리고서, 아니면 천陳 아주머니네 문기둥 위에 우두커니 앉아서 밤을 지새웠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