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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2475868
· 쪽수 : 80쪽
· 출판일 : 2025-11-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나의 마침표가 아니라 마침표 자체, 끝내 남게 되는 단 하나의 것. 그 죽음, 곧 죽음 자체. 그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우리는 무너져 내린다. 우리는 무너져 내렸다. 몇 시간 전 그가 속삭였다. 이제는 침묵 속에서 단순한 몸짓으로만 말을 건네려 애쓰는 그가, 너무 지쳐 있어서 말을 겨우 만들어 낼 수 있는 그가, 몇 시간 전, 이렇게 속삭였다. 마침표는 사랑이야.
이 어둠을 벗어나기 위해, 이 어둠에서 나를 뜯어내려면 막대한 노동이 필요하다. 이 죽음 같은 정지 상태에서 빠져나오려면 정신이 막대한 노동을 치러야 한다. 나는 식물원에 갇힌 커다란 원숭이처럼 꼼짝없이 쭈그려 앉아, 우연히 열린 지붕 틈으로 드러난 작은 하늘 조각에 집요한 시선을 고정한다. 헐거워진 철판 사이로 스며드는 가느다란 창공의 빛, 그 조각 속에는 세계가, 기호로서가 아닌 세계 그 자체가, 온전히 담겨 있다.
너의 찬란함, 머뭇거림, 사유의 날카로움, 용기와 부드러움, 취미였던 스키와 천체물리학, 아이들을 향한 사랑, 대화를 나누던 방식, 마음이 움직일 때, 격해질 때, 침묵에 잠길 때, 잠이 들 때의 방식, 웃던 방식, 그 웃음소리의 음조, 네 손가락 끝으로 내 손가락 끝을 만지던 방식, 수줍어하고, 불행해하고, 서툴거나 위엄 있는 존재가 되던 방식, 네가 사랑하던 방식, 사랑하던, 나는 이 목록을 끝맺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아는 것들을 모을 수 있는 장소는 오직 글쓰기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