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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잉글랜드 부인](/img_thumb2/9791169839242.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69839242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24-01-31
목차
프롤로그 9
잉글랜드 부인 11
작가 노트 462
책속에서
“실직 상태로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지요. 특히 독립한 뒤에 성공적으로 자립하였으면 더욱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아주 잠깐 만이에요. 오히려 조금 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도 좋겠네요. 올해 휴가를 얼마나 썼지요?”
“하나도 안 썼습니다.”
내 대답에 교장 선생님의 기분이 언짢아진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계속해서 휴가를 쓰지 않는 유모들에게 엄하게 훈계하고 있어요. 휴가가 많은데는 다 이유가 있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피곤에 지친 유모는 실패한 유모예요.”
“휴가를 쓸 수 없어요. 다른 집을 꼭 찾아주세요. 부탁이에요, 교장 선생님. 저는 매달 월급의 반을 집으로 보내고 있어요. 다음 달에 당장 월급을 못 받으면 안 돼요.”
플랫폼을 위아래로 훑어보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나 혼자였다. 철길을 건너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을 바라보니 랜턴이 좀 더 많이 있고 짐꾼들의 사무실도 있었다. 짐을 들고 입구 쪽으로 향하려는 찰나 서둘러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선로 밑 열차 아래쪽에서 누군가 올라오고 있었다. 어떤 남자가 보였다. 모자가 먼저 보이고, 다음에는 짙은 콧수염을 기른 생기있는 얼굴이 보이고, 다음에는 맵시 좋은 검은색 코트와 가늘고 우아한 체인이 달린 초록색 조끼가 보였다. 남자는 손전등을 쥔 커다란 손을 하늘 높이 들고 있어서 마치 유쾌한 여관 주인과 같은 인상을 주었다. 남자는 키가 크고 건장했는데, 나를 보자마자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사실 아이들 교육이 내 의무는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단어 퍼즐의 조각들로 맞춤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울이 아침 시간 거의 내내 놀이방에 없고 찰리가 자는 동안, 아침 식사를 하는 식탁에서 여분의 연습장으로 교실을 만든다. 특별히 공부하는 일을 비밀로 하라고 한 적은 없지만 데카는 자신의 부모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밀리는 미처 자랑할 새가 없는 것 같다. 잉글랜드 씨가 응접실에서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즐겁게 놀아주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걸 교장 선생님이 안다면 언짢아할 게 분명하다. 유모로서 우리의 역할이 분명히 정해져 있으니까 말이다. 유모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직업이지 수학을 가르치는 직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