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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론/비평
· ISBN : 9791170370567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목차
서문
1. 얼굴 없는 표면
2. 얼굴들의 연대기
3. 사진적 인물과 영화적 인물
4. 식물성의 유혹
5. 사진 없는 유토피아
6. 영화 없는 유토피아
나가며, 들어가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진과 영화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믿던 야만적 즐거움의 시대가 있었다. 영화는 초당 24장의 사진을 스크린에 영사하는 매체로 간주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 물질적·기술적 기반에 대한 고찰만으로 사진과 영화의 관계를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그런 고찰에서 나오는 것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시시한 결론들밖에는 없을 터다. 영화가 초당 24장의 사진으로 구성되건, 사진이나 영화가 모두 픽셀과 비트의 조합물이건, 이는 우리가 사진과 영화를 실제로 지각하는 경험적 차원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나는 사진과 영화 각각의 존재론으로부터 출발해 그 둘의 연관을 따져보기보다는 마치 귀신 들리듯 사진 들린 영화들을 찾아다니며 산책하고 싶었다. 에세이란 이러한 산책자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이 책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분석적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대상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에세이다.
사진이란 과거의 어느 순간 카메라 앞에 있었던 무언가의 흔적인 동시에 그것의 생김새를 닮은 형상이고, 증거인 동시에 유사-현존이며, 물질인 동시에 이미지라는 것을 종종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반성적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비유하자면, 주형과 모형이 한데 붙은 것이 사진이라고 보는 셈이다. (…) 하지만 사진에서 주형과 모형의 결합은 결코 필연적이지 않다. 그저 텅 빈 주형으로서의 사진, 즉 모형을 떼어 내다 남은 재료 일부가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은 주형으로서의 사진이 있을 수 있는가 하면, 주형을 통해 만든 모형과 매우 흡사해 보이지만 실은 주형 없이 만들어진 모형으로서의 사진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이미지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교묘하게 합성된 사진에서부터 전적으로 CG에 힘입어 제작된 사진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는 주형 없는 모형으로서의 사진이 넘쳐나게 되었고 그에 따라 흔적·증거·물질로서의 특성과 형상·유사-현존·이미지로서의 특성을 한데 묶는 ‘동시에’라는 표현은 매우 미심쩍은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