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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이야기/사진가
· ISBN : 9791170370581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특집 | 사랑과 미움의 종말기
001 Diary _ Sara Lorusso
010 So Close When You Look Away _ Ruizhe Hong
024 Julian & Jonathan _ Sarah Mei Herman
036 나의 살던 고향은 _ 이우선
048 맨 돈 크라이 _ 양경준
060 어 플라워 이즈 낫 어 플라워 _ 김시율
072 I’m love you, I’m leaving _ Matt Eich
084 Map to the Star _ Mirko Viglino
098 한 손엔 네 손을, 다른 손엔 강아지풀을 _ 고명재
104 믿음과 침묵 _ 박준
110 왓 엘스, 왓 엘스? _ 박서련
116 어디서도 하지 못한 말 _ 이서수
122 환멸에 지지 않기 _ 김화진
130 Solace _ Sarah Mei Herman
144 Intimacy _ Eiki Mori
154 Together _ Anne Sophie Guillet
166 Love We Leave Behind _ Cody Bratt
178 [연재: 일시 정지] 제인 폰다 그리고 미야자와 리에 _ 서동진
184 [연재: 영화의 장소] 폐허의 프롤레타리아 _ 유운성
198 Soliloquy _ William Zou
212 Bleed _ Faysal Zaman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끔 혼자서 펑펑 울었다. 그렇게 주저앉아서 울고 있으면 동생이 강아지풀을 꺾어서 왔다. 스스로 마음을 감당하지 못했던 날들. 가장 약한 아이를 미워한 날들. 동생은 강아지풀을 꺾어서 왔다. 그걸로 내 볼을 간지럽혔다. (…) 그 미움과 사랑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그 숱한 시기심과 아픈, 기쁜 나날들. 어디로 녹았나. 언제 사랑만 남았나. 정확한 때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게도 한 가지 빛나는 기억이 있다. 이날 이후로 나는 사랑을 믿기로 했고 이날 이후로 동생을 안고 잠이 들었다.
- 고명재, <한 손엔 네 손을, 다른 손엔 강아지풀을>
,음식보다 더 부지런히 나눈 것은 대화였다. 살아오면서 가까이해 온 것을 각자 번갈아 늘어놓았다. 생경한 게 많아 좋았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꽤나 겹치는 것이 많아서 흥이 났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숱한 사이를 흐르던 침묵이었다. 이때의 침묵은 막 상대가 맺은 말의 길을 천천히 따라가 보는 일이었고 내가 새로 펼칠 마음 중 지나치게 무성한 것을 먼저 쳐내는 일이 되기도 했으며 또한 그저 침묵으로서의 침묵이기도 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침묵이 낯설거나 불편하지 않을 때 좋은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둘은 서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 박준, <믿음과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