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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이야기/사진가
· ISBN : 9791170370697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5-06-18
책 소개
목차
특집 | 아주 보통의 하루
002 향기와 그림자 _ 아키텍
012 In Her Arms _ Lyripapa
022 Sowing the Seeds Here _ Kazuyuki Kawahara
032 Notes on Ordinary Day _ Ola Rindal
042 필링 인 비트윈 _ 박하은
054 Metropolight _ David Gaberle
066 그날 이후 _ 최진영
071 보통이 아닌 날 _ 김지연
076 아저씨 _ 이석원
081 보통의 척추를 위한 자세 _ 유선혜
086 그의 감자밭과 광장 _ 조문영
092 [연재: 영화의 장소들] 자동차의 안과 밖 _ 유운성
098 [연재: 일시 정지] 공원의 내러티브 _ 서동진
108 TTP _ Hayahisa Tomiyasu
120 Milky Way _ Vincent Ferrane
132 Mother _ Paul Graham
146 Passengers _ Dagmar Keller / Martin Wittwer
156 Days to Nothing _ Albert Bonsfills
172 [에디터스 레터] 거대하고 정교한 거울 _ 박지수
174 No Seconds _ Henry Hargreaves
저자소개
책속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라도 다시 질문을 던지면, 그렇게 물어보기 위해 애써 바라보면 모든 것이 한 뼘쯤은 새로워진다. 특별하기 때문에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더 바라보기 때문에 특별하게 기록되는 장면이, 더 물어보기 때문에 특별하게 의미를 맺는 순간이 사진에 피어난다. 그 모든 작은 기적들이 이미지에 새겨지게 된다.
- <올라 린달: 노트 온 오디너리 데이> 중에서
그날의 글쓰기를 끝내면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한 시간 반 정도 집 근처 공원을 걷는다. 악천후가 아니라면 산책을 거르지 않는다. 산책은 글쓰기만큼 중요하다. 글쓰는 나와 생활하는 나를 분리해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쓰다 보면 ‘망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번 글은 망한 것 같고, 형편없는 글만 잔뜩 쓴 것 같고, 내 인생도 통째로 망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에 시달린다. 그러다가 바깥에 나가 길을 걸으며 타인을, 하늘을, 새를, 나무를 바라보면 알게 된다. 세상 사람 아무도 내 글에 관심 없다는 것을. 내 글에 관심 있는 사람은 나뿐이며 이번 글이 망한다고 내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니란 사실을. 걷는 동안 그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다. 과잉된 자의식을 훌훌 털어낸다.
- 최진영, <그날 이후> 중에서
어느 날은 친구가 지금 행복한데 왜 행복한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나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카톡 메시지로 그 말을 전해 받았을 뿐이라 그 말을 하는 친구의 목소리나 표정, 손짓, 발짓 같은 것이 어땠을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친구가 정말이지 행복한 것 같다고 느꼈고 그 글자가 내게로도 전해져 행복의 기운이 내 마음속에 조금 스미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친구도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문득 그렇게 생각한 것이리라. 그러니까 이유를 찾으려고 해도 쉽게 찾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 아무 이유가 없는 그 행복이야말로 왠지 행복의 궁극 같았다. 흔히들 사람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이유가 없는 것이야말로 궁극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유를 찾을 수 없는 행복감이야말로 궁극의 행복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음, 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모습이다. 실은 보통이 아닌, 꽤나 희귀한 날.
- 김지연, <보통이 아닌 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