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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70402589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4-03-28
책 소개
목차
서문
1
2
3
4
5
6
7
8
9
10
11
해제
보론
리뷰
책속에서
“좋습니다! 거래하십시다. 내 그림자를 가져가시고 그 주머니를 주세요.”
그는 악수를 하고는 지체 없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는 그가 놀라운 솜씨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 그림자를 풀밭에서 살짝 거둬들여 둘둘 말아 접어 몸 안에 집어넣는 것을 보았다. 다시 일어서서 그는 내게 공손히 인사를 건네고는 장미 숲을 향해 되돌아갔다. 그가 나직이 내뱉은 웃음소리를 나는 들었다.
쇠사슬로 단단히 묶여 있는 이에게 날개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마도 그는 더욱 끔찍하게 자포자기할 것이리라. 보물을 지키는 파프너처럼 나는 그 어떤 인간적 위로 없이, 금화에 묻혀서도 초라하게 지냈다. 금화 때문에 모든 삶에서 단절되고 말았다는 생각에 나는 금화를 좋아하기는커녕 오히려 저주했다. 그런 어두운 비밀을 나 자신 속에만 품으면서 나는 많은 하인들 중 가장 비천한 하인 앞에서도 두려워했고 동시에 그런 녀석까지도 부러워했다. 왜냐하면 가장 비천한 하인도 그림자를 갖고 있었고 태양 아래에서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구여, 그녀가 태양 빛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다시금 내 앞으로 두어 걸음 정도 옮기고 무릎을 꿇었고, 그림자 없는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 천사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없었다. 어떤 종류의 그림자도 나는 가질 수 없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