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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0526186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5-06-05
책 소개
30년 구도의 길 끝에 버려진 개들에게 배운
삶의 위안, 그리고 진정한 공존에 대하여
스탠포드대 종교학과 연구원, 한신대 종교학과 초빙교수를 지낸 종교학자가, 돌연 유기견 보호소를 설립해 3,000마리의 개들을 구조하면서 얻은 삶의 깨달음을 담은 『개에게 배운다』가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김나미는 인생의 의미, 진정한 행복과 같은 ‘진리’를 깨우치고자 30여 년간 국내외를 오가며 종교학을 배우고 가르쳐 왔다. 그러던 중 2012년 태국에서 지체 장애견 보디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2016년부터 김포에 유기견 보호소를 설립해 수천 마리의 개들을 살리고 가족을 찾아 주며 동물보호 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저자가 만난 개들은 거리와 개농장, 도살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학대받은 영혼들이다. 그러나 보살핌을 받는 유약한 대상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에게 깊은 위로와 사랑을 건넨다. 뿐만 아니라 조건 없는 베풂, 온전한 현존, 무소유의 행복, 진정한 인간다움을 몸소 보여 준다. 이 책을 읽으며 개들과 동고동락한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가장 낮은 존재에게도 배울 점이 있음을, 우리가 평생 찾아 헤매던 답이 사실 우리 곁에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개식용 금지법 시행 등 변화의 한가운데 선 지금, 13년간의 현장 경험에서 우러난 저자의 통찰을 통해 비인간 동물들과 공존하기 위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엿볼 수 있다.
“사람보다 개가 낫더라······”
상처 입은 존재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발견하다
『개에게 배운다』에는 우리가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아니라, 입양처가 나타나지 않아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소위 ‘잡종’과 ‘대형견’들이 주로 등장한다. 그런데 소외된 개들과 함께하는 순간마다 저자는 그들에게 위안을 받고, 학문적 접근과 수행으로 찾던 것들이 높은 곳에 있지 않다는 귀중한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가령 가마솥에 던져졌다 극적으로 탈출한 밀키에게는 엄청난 인내심을, 선천적으로 뒷다리를 쓰지 못해 강물에 휩쓸려 가던 보디에게는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충만한 기쁨을, 좁은 철창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던 폴로와 스트라이커 형제에게는 이타심을, 뼈와 가죽뿐이었던 산투에게는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배운다. 결국 저자는 “개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순간들이 사실 내 영혼을 구원한 순간이었다”고 말하며, 오랜 배움 끝에도 닿지 못했던 진리를 가장 낮은 자리의 생명들이 가르쳐 주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생생한 경험이 담긴 이 책은 삶의 참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려운 이론 대신, 바로 우리 곁 작은 존재들이 보여 주는 단순하고도 깊은 지혜를 전해 준다.
“개는 음식이 아니다!”
개식용 완전 철폐까지 2년, 비인간 동물과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다
저자는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개 먹는 나라’에서 왔다는 편견을 고스란히 받아 왔다. 이 오명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 2012년부터 동물보호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사단법인 ‘세이브코리언독스’와 유기견 보호소를 설립하게 된다. 개농장이나 학대 현장을 제보받으면 달려가 개들을 구출해 데려오고, 국내 입양이 어려운 진도믹스와 도사견들에게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평생의 가족을 찾아 주었다. 또한 개들이 가장 많이 죽어 나가는 초여름이 되면 개시장과 육견 경매장, 국회 앞에서 봉사자들과 시위를 벌였으며, 장기적인 인식 변화를 위해 2015년에 부천시와 함께한 ‘개고기 없는 도시’ 프로젝트를 전주, 안산, 군산, 남양주 등 각지로 확장해 6년간 지속했다. 개식용 문화 관련자들의 물리적인 위협과 미흡한 동물보호법으로 인한 무력감을 매일같이 느껴야 했지만, 그는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돌파구를 계속해서 찾아 나갔다.
이 책 『개에게 배운다』에서 저자는 13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나라 동물복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지자체 동물보호 감독관 임명, 학대자의 동물 재소유 금지, 개식용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 마련 등의 개선안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법적 조치뿐 아니라 생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시각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개식용 금지법 시행을 앞둔 역사적 전환점에서 이 책은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 해결책과 함께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존의 미래를 보여 준다.
목차
프롤로그 ―2
머리말 ―20
1장⎜나의 털 긴 스승들
넌 어쩌다 나에게 왔니? ―25
첫 번째 스승들 ―29
보디와의 약속, 보호소의 시작―35
개들이 면접관이 되다 ―44
짧은 만남, 영원한 울림 ―48
삶의 해답은 언제나 우리 발치에 ―54
2장⎜개에게 배운다
적당함의 미학 ―67
잃어버린 인간다움을 찾아서 ―74
변치 않는 믿음 ―78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88
평생의 갈증을 끝내다 ―93
3장⎜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마음
개들의 언어에 귀 기울이면 ―101
때로는 침묵이 가장 큰 위로 ―107
내면을 꿰뚫는 제3의 눈 ―111
사랑밖에 난 몰라 ―116
오감을 넘어선 교감 ―121
4장⎜사랑과 책임, 함께하는 삶
행복보단 ‘복행’하세요 ―129
입양은 천생연분의 축복 ―132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듯이 ―137
해외 입양 1세대 ―143
바다 건너에서 찾은 가족 ―149
펫로스와 휴먼로스 ―156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 ―162
5장⎜더 나은 공존을 위해
동물 학대의 그림자 ―171
먹히기 위해 길러지는 생명들 ―177
여기 순종 있나요? ―184
개 먹는 나라 ―190
보신탕 없는 도시 ―195
동물보호 행정의 사각지대 ―202
영국과 독일에서 배우는 동물복지 ―211
맺음말 ―217
감사의 말 ―221
출처 ―227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랫동안 책과 스승에게서, 또 직접 수행하며 찾던 것은 별 게 아니었다. 이 깨달음을 준 것이 바로 내 곁의 개들이다. 개와 함께 살아가며 인생의 의미를 발견했고, 나는 지금 전과 같은 갈증 없이 포근하게 안착해 있다. 그러므로 내가 개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순간들은 사실 내 영혼을 구원한 순간이었다.
회상 가능한 모든 추억을 되돌리다 보면 무척 단편적으로 나타나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그 오랜 세월이 무색하게 무척 선명하게 보이기도 한다. 확실한 건, 개 없이 살았던 시절은 하나같이 어둠 속에서 헤매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아이샤는 퇴원한 지 열흘이 지난 새벽에 고요하고 편안하게 마지막 숨을 뱉으며 내 품에서 눈을 감았다. 아이샤 자신도 죽음을 감지했는지 체념한 듯싶었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파보의 고통은 엄청나다는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떠난 아이샤를 본 후 나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역시 내가 동물에게 배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