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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레코드

아무튼, 레코드

성진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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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레코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아무튼, 레코드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044322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5-07-10

책 소개

무형의 음악이 유형의 물건에 기록된, 모든 종류의 피지컬 음반과 각 매체의 재생 기기에 대한 성진환의 애호와 기록이 담겨 있다. 그는 음반을 물건 자체로도 좋아한다. 언젠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광풍이 불었을 때 그도 넘치는 물건들을 정리해보려고 시도했다.

목차

이 음악은 당신의 것입니다
설레면 버리지 않는다
두 개의 톱니바퀴
Interlude 최근에 잘 산 카세트테이프 몇 개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을 눈으로 본다는 것
시디피 블루스
시디 시대는 다시 온다
Interlude 최근에 잘 산 시디 몇 장
반갑고 조심스러운 일
Interlude 매장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추천한 음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음반을 주고받는다는 것
Interlude 최근에 한 음반 선물
한 사람을 위한 마스터링
Interlude 컴필레이션이라는 이름의 믹스테이프
내 인생의 음반 가게들

저자소개

성진환 (지은이)    정보 더보기
뮤지션. 작가. 김밥레코즈 오프라인 매장 매니저. 그룹 스윗소로우 멤버로 데뷔해 10여 년간 활동했다. 한동안은 혼자서 노래를 만들어 불렀고 만화도 그렸다. 세상에 좋아하는 것이 참 많고 계속 새롭게 생겨나는데, 가장 오랫동안 좋아한 것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어서 기쁘다. 태어나 처음 써본 긴 글이 바로 그 이야기여서 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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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오늘도 나는 수많은 나를 만나러 직장에 간다. 엄마 아빠를 따라와서 손도 잘 닿지 않는 진열대 사이를 서성이다 턴테이블 위 빙글빙글 돌아가는 음반에 시선을 빼앗기는 어린이. 딱 한 장만 사야 해서 몇 시간을 고민하고, 그럼에도 돈이 모자라 애가 타는 청소년. 희귀한 음반도 아닌데 눈에 보이는 곳에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 흥분하는 젊은이들.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며 상대의 취향을 파악하고 은근슬쩍 자기 취향을 어필하는 연인들. 퇴근 후에 가끔 들러 천천히 여러 음반들을 꺼내 만져보고 그냥 조용히 돌아가는 직장인.


언제 봐도 대단한 디자인이다. 손에 기분 좋게 잡히는 절묘한 크기와 두께, 둥글게 마감된 네 모서리, 가운데 나 있는 작은 창문, 그 안에 커튼처럼 감겨 있는 반짝이는 흑갈색 테이프. 손가락 끝이 살짝 들어가는 두 개의 동그란 구멍 안쪽에는 앙증맞은 톱니가 여섯 개씩 달려 있다. 케이스를 열고 꺼내는 동안 안쪽의 부품들이 달그락 흔들릴 때, 플레이어에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갈 때, 찰칵 문을 닫을 때, 달칵 버튼을 눌러 재생하고 되감을 때… 모든 순간 모든 감각이 이 정도로 만족스럽게 설계된 물건이 또 있을까.


테이프가 늘어지면 소리도 늘어지고, 쭈글쭈글해지면 소리도 쭈글거린다. 소리가 변했다면 오직 나로 인한 것,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느낌이 좋다. 단지 추억 때문만이 아니고, 늘어지고 흔들리는 소리 자체가 내 귀에는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음악 재생 중 거슬리는 소리들은 따로 있다. 에어팟에 이상이 생겼을 때 들리는 지직거리는 노이즈, 정성을 다해 스팸 문자를 읽어주는 시리, 무선 헤드폰의 배터리가 부족할 때 연거푸 들리는 ‘리챠-지 헤드셋’ 같은 것들. 가끔 블루투스나 인터넷 연결 문제로 음악이 뚝뚝 끊기기라도 하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런 반면 카세트테이프는 꾸루루룩 하다가 씹혀도 그냥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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