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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서양사 > 서양중세사
· ISBN : 9791171251681
· 쪽수 : 456쪽
· 출판일 : 2023-09-22
책 소개
목차
중세 시대의 몸
머리
감각 기관
피부
뼈
심장
피
손
배
생식기
발
미래의 몸
감사의 말
참고 문헌
도판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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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처음 시작된 때가 언제였든 간에, 이 같은 중세관은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이 왜곡되었다. 이처럼 일그러진 인상 속에서 중세의 실제 모습을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내가 10년이 넘도록 해 온 작업의 일부이자, 이 책의 핵심 주제이다. 우리는 단순히 스스로의 비위를 맞추고 싶다는 이유로 시간상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시대를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중세 세계의 어느 일면이나마 진정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우리는 당대의 기준에 따라 그 시대를 대해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는 앞서 등장한 프랑스 출신 반쪽 남자가 영원히 정지된 모습으로 굳어 버리기 전까지 삶을 파악했던 방식대로 중세의 삶을 보려고 애써야 하며, 이를 위해 실제로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한 명씩 차례로 집중해 살펴볼 것이다.
—첫 장 ‘중세 시대의 몸(Medieval Bodies)’에서
프랑스 왕 샤를 6세(1368-1422)의 경우는 현존하는 중세 시대의 정신 질환 기록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례에 속하는데, 그가 오랫동안 앓은 정서 불안정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에 서 입으로 퍼져 나갔다. 유독 생생하게 전해지는 사건 하나는 1392년 8월, 왕이 수행단을 거느리고 르망 근교의 울창한 숲에 말을 타러 나갔을 때 일어났다. 일설에 따르면 이때 걸인이 왕의 말 앞에 엎드려 적선을 간청했고, 다른 설에 따르면 그저 시종이 땅바닥에 창을 떨어뜨려 철커덕 소리가 커다랗게 났을 뿐이었다. 어느 쪽이었든 간에, 샤를 6세는 그 충격 때문에 반쯤 정신이 나갈 만큼 격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던 모양이다. 왕은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절친한 친구와 친족과 하인에게 칼을 휘둘렀고, 무려 다섯 명을 죽이고 나서야 주변 사람들에게 제지당했으며, 이후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사흘 만에 겨우 의식을 되찾은 왕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통곡했다. 이후 10년 동안 왕은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당대 역사가들에 따르면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했고, 탈진할 때까지 달리기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며, 왕궁 곳곳의 가구를 넘어뜨리고 자신의 문장(紋章)은 보이는 족족 부수려고 했다. 한번은 심지어 자기 몸이 연약한 유리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산산조각 날까 두려워 꼼짝 않고 서서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는 일화 또한 인상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둘째 장 ‘머리(Head)’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