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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1713387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4-12-18
책 소개
목차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작가의 말
권김현영과 김현지의 대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씨씨의 양육자들은 처음엔 괴롭힘의 증거라고 의심했다. 등 뒤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건고전적인 괴롭힘의 표식이다. 하지만 막상 포스트잇에 적힌 문자를 보고는 혼란에 빠졌다. 거기엔 그저 씨씨의 이름이 쓰여 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니?
-아무것도.
질문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 건 나중이었다. 당시엔 씨씨도 무슨 일인지 몰랐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양육자들은 씨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즉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씨씨 또한 평생을 그들과 함께 지냈으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구는 것은 아주 쉬웠다.
-한번만 달라고 껄렁하게 말하거나 제발 만져달라고 부탁하거나 별거도 아닌 걸로 왜 이 난리인 줄 모르겠다는 사람들 다 근본적으로 같은 인간들이야. 상종을 마.
-하지만 엄마. 근본 같은 건 원래 없다며?
아직 양육자를 엄마라고 부르던 때 씨씨는 그렇게 물었다.
-너를 귀하게 대하건 함부러 대하건 너를 도구로 사용하는 건 똑같다는 얘기야. 네가 네 몸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정하기도 전에 네 몸이 어떤 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사람들은 이미 알아. 네가 정하기 전에 네 몸을 자기 것처럼 사용하려는 사람들한테는 아무것도 주지 마.
이메일함에서 수신인이 아닌 사람을 넣어서 보내는 것처럼 끼어들어 있지만 대답할 수는 없는 위치. 씨씨는 그 이메일의 참조된 사람이 꼭 자기와 같은 위치 같았다. 되게 중요한 사람이거나 높은 사람일 수도 있고, 아랫사람일 수도 있는 씨씨. 하지만 이메일의 발신인도 수신인도 아니기 때문에 말할 자리가 주어져 있지 않은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