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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1714629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5-07-30
책 소개
목차
와이카노
작가의 말
김유원 작가 인터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딸의 목소리와 함께 차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밖이가?
─일하러 가는 중이야.
해리는 자기 일상을 시시콜콜 말하지 않았다. 어릴 땐 그게 점잖아 보이고 키우기 수월해서 좋았는데 나이가 드니 딸이 좀 수다스러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시계를 보니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 하는데?
─그냥, 돈 버는 일…….
해리가 얼버무렸고 선희는 황당했다. 세상에 돈 안 버는 일도 있나? 돈을 못 벌면 그게 취미지, 일이가?
해리에게 전화가 오면 돈을 달라고 할까 봐 겁을 내다가도 돈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전화를 끊으면 어떻게 먹고사는지 걱정되었다. 월세라도 아끼게 전세금을 마련해줘야 하나 싶다가도 밥벌이도 못하는 일을 계속한다고 할까 봐 그런 말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선희는 친절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그날 해리가 했던 말이 종종 떠올랐다. 엄마가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었어? 처음엔 당연히 감탄이라고 생각했다. 눈으로 보지 않고도 촘촘하고 빠르게 면을 써는 선희를 보고 감탄하는 손님들처럼, 이렇게 바쁜데도 어쩜 그렇게 친절하냐고 감탄하는 손님들처럼 해리도 엄마의 솜씨와 태도에 감탄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해리의 목소리엔 분명 감탄이 담겨 있었다. 그게 다는 아니었다. 감탄 아래에 다른 감정도 깔려 있었다. 선희는 그게 자식들을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하는 엄마를 향한 존경심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해리의 뉘앙스가 석연치 않았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뒤돌아서 딸의 얼굴을 봤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을 때 그냥 넘기지 않고 꼬치꼬치 캐물었다면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선희는 줄 선 손님들의 표정을 살피느라 딸의 표정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