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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1717002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4-02-21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슈마허는 재호가 개발한 완전자율주행 인공지능의 이름이었다. 운전자 없이 주행도 하고 주차도 하는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은 많은 회사가 오래전부터 시도해온 것이지만, 상용화 단계까지 성공한 건 재호의 회사가 최초였다. 업계에서는 즉각 경탄과 찬사를 보내며 성과를 조명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닥 놀라워하지 않았다. 슈마허가 경이로운 주행과 주차 능력을 보이고 외부 환경에 맞춰 내부 온습도뿐 아니라 조명까지 조절해주는 시연 영상에도 이제 인공지능이라면 이쯤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었다.
각자에게 하나씩 있을, 자기 젊음을 용광로에 녹여 한 숨 한 숨 불어 만들어낸 맑고 얇은 유리병 같은 것, 그게 재호에겐 슈마허였다.
반면 회사 대표이자 재호와 함께 회사를 세운 세희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감사 기도라도 올리고 싶을 만큼 다행스러웠다. 슈마허가 대체할 수많은 일자리, 이후에 시작될 광범위하고 중장기적인 변화를 생각하면 이처럼 무난하고 조용한 시장 진입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재호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미친 기술자라서가 아니었다. 아무리 운전을 잘하는 사람도 그렇게 되기까지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이었다. 슈마허가 충분한 데이터를 학습해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면 발생하는 효용 역시 한두 사람이 운전을 잘하게 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이를테면 차가 필요하지만 운전은 할 수 없는 수많은 장애인, 노인과 아이들에게도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었다. 끔찍하지만 실은 사람이냐, 인공지능이냐는 주체만 다를 뿐 도처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인간이 뭔가를 배우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