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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1717026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24-07-10
책 소개
목차
루카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심정지의 골든 타임은 4분.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낯설지 않았다. 그날 애진이 응급실에 있었던 것도 현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8년 전 그 현실 때문이었다. 휴대폰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사람들이 질식해가는 화면 위로, 방송사 생중계 카메라 저편에서 배가 침몰하던 그날의 장면이 겹쳐졌다.
안 돼.
애진의 심장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서울 도심 한복판으로 남쪽 바다의 거센 파도가 들이쳤다.
도시에서도, 바다에서도, 모두 꽉 끼어 움직이지 못해 발생한 일이었다.
오래된 영화를 보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꿈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찾아오는 유령들이 있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거나, 그래서 원수를 갚아달라거나, 그렇게라도 해야 할 이야기가 있을 때, 유령들은 말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마지막 경우라고 하자.
겁먹은 얼굴로 시피알을 참관하던 실습생의 꿈에 출몰해서라도 여자가 남겨야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자.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알은체하지 않아 여자는 내 꿈에라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자.
그의 마지막 말을 들어줄 사람이 나 말곤 아무도 없었다고 하자.
그렇게 시작해보자.
배에서 구조되지 못한 애진은 그렇게 구조하는 사람이 됐다. 탈출 5년 만이었다. 생사가 나뉘는 맨 앞자리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 그가 박동을 잃은 심장들과 대면했다. 애진이 심폐소생술을 할 때마다 오른쪽 팔목에서 노란 리본이 함께 움직였다. 리본 타투는 다짐과 약속을 새긴 것이기도 했지만 감각을 새긴 것이기도 했다. 몸에 새겨서라도 애진은 그 감각을 붙잡고 싶었다.
첫 감각.
잊어선 안 되는 그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