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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1717132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24-09-11
책 소개
목차
창문
작가의 말
정보라 작가 인터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갈 곳이 없었다. 앞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두뇌 업로드가 완료되는 날까지, 혹은 정부가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날까지 (이쪽이 더 빨리 닥칠 가능성이 크다) 해가 떠 있는 대부분의 낮 시간을 나는 이 좁은 방 안에서 가느다란 햇빛을 받으며 무의식 상태로 누워서 보내게 될 것이다. 게다가 그것이 현재로서는 내가 예측할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조그만 햇살이 몹시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버스가 떠난 뒤에 텅 빈 마당으로 나가보았다.
그때 나가지 말 걸 그랬다고 나는 나중에 몇 번이나 후회했다. 괜히 밖에 나가지 않았으면 그 재수 없는 인간을 만나지도 않았을 텐데.
누워서 자면 돈을 받는다는 게 어쩐지 너무 훌륭해 보이는 조건이라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때 나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언제나 그렇듯이 들어맞았다. 어디에나 통계적으로 열 명 중에 한 명 정도는 또라이가 있는 법이고 주변에 아무도 또라이가 없으면 내가 그 또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디서 들었는지는 잊었지만 이 말은 정말 인생의 진리였다
“참 좋은 분이에요. 제 옆방인데 낮에는 일하고 밤에만 올라와서 업로드하나 봐요.”
915호가 요가 선생님에게 화낼 때와는 딴판으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그런데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연락처 교환하고 친하게 지내요, 우리.”
말하면서 915호는 나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대고 생글생글 웃었다.
이 사람하고는 아무것도 교환하고 싶지 않다. 나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