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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유럽사 > 러시아사
· ISBN : 9791171992409
· 쪽수 : 190쪽
· 출판일 : 2024-04-30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5
제1장 역사 이전 시대
01 러시아 슬라브인의 조상, 스키타이인 12
02 유적에 나타난 스키타이인의 삶 17
03 슬라브 러시아인의 이교적 분묘 62
04 체르니고프 분묘 71
05 키예프현의 분묘 82
06 고대 러시아인의 의복과 장식 88
07 예술 작품 속 러시아 의복과 러시아인의 삶 122
제2장 역사시대
01 키예프-소피아 성당 속 러시아인의 모습 140
02 문헌에 드러난 러시아 의복 150
03 작지만 소중한 자료, 직물 175
찾아보기 187
책속에서
제1장 역사 이전 시대
01 러시아 슬라브인의 조상, 스키타이인 중에서
슬라브족은 서력기원전 태고부터 발트해 연안 국가들과 카르파티아 고지대와 발칸반도를 포함한 유럽 동부 지역을, 또 동쪽으로는 (러시아 슬라브인의 본거지인) 다뉴브강에서 드네프르강 일대까지 러시아 남부 전체를, 그리고 흑해와 아조프해의 연안 지대 전체와 캅카스까지 이르는 지역을 두루 지배하고 있었다.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의하면, 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종족은 스키타이인(슬라브인의 조상)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헤로도토스는 그들을 농민과 용맹한 기마유목민으로 다시 구분했다. 스키타이 기마유목민은 잘 정비된 강력한 군대를 거느렸고, 스키타이 농민을 지배했다.
헤로도토스는 훗날 용감한 항해자와 진취적인 상인으로 이름을 떨칠 북쪽 연안 지대에 살았던 스키타이 슬라브인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헤로도토스는 스키타이인을 단일한 종족으로 기록했으나, 생활, 생업, 환경, 기타 우연적인 특징에 따라 그들을 다양한 이름으로 지칭했다.
스키타이 슬라브인이 살던 곳에서 떨어진 북동쪽 지역에는 아주 오래된 핀족이 살고 있었고, 이들은 다시 여러 하위 집단으로 나뉘고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동쪽으로 갈수록 거주민 가운데서 몽골계 혼혈인이 보다 빈번히 나타났다. 발트해 일대의 핀족은 유럽인과 유사했다.
헤로도토스의 기록과 지금까지 보존된 그들의 유적을 근거로 보면 스키타이 슬라브인 농민은 당대에 대단히 높은 생활 수준을 이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영토 안에 군거하는 문화적 수준이 높은 그리스인 이주민(그리고 그리스 본토 자체)과 친밀한 관계를 맺거나 무역 거래를 텄고, 때로는 혈연관계를 맺으면서 민족의 발전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얻어냈다. 스키타이인이 동시대 게르만인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신장이 컸던 이유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 (중략) …
땅 밑의 세계에는 고대 슬라브인의 예술 유물이 무한히 풍부하게 감춰져 있다. 그러나 필자는 현재까지 발굴 · 연구된 유물에만 설명을 한정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책은 고대 슬라브인의 예술 유물에 대한 역사학적, 고고학적 측면에서의 고찰이라 할 수 있다.
03 슬라브 러시아인의 이교적 분묘 중에서
러시아 최초의 연대기와 외국의 연구자들 모두 망인을 화장하는 슬라브 러시아인의 관습에 관하여 증언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목격자로서 그 장례 관습을 상세하게 이야기한 아랍인들의 진술이다. 10세기에 살았던 이븐-포들란은 이것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고대 러시아인은 가장이 죽으면 그의 가족이 소년들과 처녀들에게 누가 고인을 따라 누가 죽을 것인가? 라고 묻는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내가!’라고 대답한다. 일단 누가 그렇게 답하면 이제 그것은 그의 의무가 되며,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일은 눈곱만큼도 허용되지 않는다. 즉, 그 결정은 도로 철회하고 싶어도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다. 대개 이런 일은 처녀들이 맡았다. 따라서 가장이 죽으면 그의 처녀들에게 그를 따라 누가 죽을 것인지 물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내가!’라고 대답하면 그렇게 대답한 처녀를 감시하기 위해 두 명의 처녀를 따로 붙여 그녀가 가는 곳마다 지키게 했다. 때로 두 처녀가 그렇게 대답한 처녀의 발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씻겨주기까지 했다. 그런 다음 사람들은 망인의 장례를 위해 수의와 필요한 물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인을 따라 죽기로 지목된 처녀는 흥겨워하고 기뻐하면서 매일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 ”
“내 옆에는 러시아인 사내가 서 있었고, 나는 그가 자기 옆에 있는 통역관과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통역관에게 그 러시아인과 무슨 얘기를 나눴냐고 묻자, 그는 러시아인이 자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대답했다. ‘당신네 아랍인은 참 어리석은 사람들이군요. 자기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파충류와 구더기가 먹어 치울 땅속으로 던져버리니 말입니다. 러시아인은 빨리 시신을 화장합니다. 그러면 그는 빨리 천국에 들어갈 수 있지요.’ 그러고 나서 그는 지나치게 큰소리로 웃었고 이렇게 덧붙였다. ‘고인의 주인(신)은 그에 대한 사랑 때문에 불길이 순식간에 그의 몸을 에워싸도록 바람을 보낸 겁니다.’ 그의 말처럼 정말 배, 장작, 고인과 처녀의 시신이 완전히 잿더미로 변하는 데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잿더미를 강에서 끌어낸 다음 배가 정박해 있던 자리에 둥근 언덕과 비슷한 봉분을 쌓았으며, 그 한가운데에 크고 튼튼한 나무인 할란지를 꽂아놓고 그 위에 망인의 이름과 러시아 황제의 이름을 써놓은 후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