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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72242336
· 쪽수 : 250쪽
· 출판일 : 2024-08-30
책 소개
목차
달을 먹은 산 1
달을 먹은 산 2
달을 먹은 산 3
달을 먹은 산 4
달을 먹은 산 5
달을 먹은 산 6
달을 먹은 산 7
달을 먹은 산 8
달을 먹은 산 9
달을 먹은 산 10
달을 먹은 산 11
달을 먹은 산 12
달을 먹은 산 13
달을 먹은 산 14
저자소개
책속에서
절, 절, 절, 울매나 절절한 사연이 많아 사램들은 절을 찾아와 무르팍이 아파 절절매도록 절하민서 살해당한 처녀의 달거리 같은 짓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 중 하나인 무량수전(無量壽殿) 글씨는 고려 공민왕이 썼다고 하제만 나는 쓰는 걸 못 봤으이 믿지도 안 믿지도 못한다. 극락정토에 머물면서 중생들을 구제한다는 아미타불을 모시는 전각 목조건물에 그려진 벽화가 기중 오래된 것이고, 무량수전 안에 봉안된 진흙으로 만든 소조 여래좌상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는데 그 많은 절을 받으민서도 해꼽한 목례조차 안 하는 부처 앞에서 사램들은 늘 같은 짓을 반복하민서 갓난 언나가 배냇짓을 하듯 한다. 아무리 어두워도 불도 못 키는 석등(石燈)은 우두커니 마당에서 눈만 말똥말똥하고.
찔레순을 꺾어 먹으며 빈 창자를 채우고 송구를 꺾어서 종다래끼에 담는다. 고개가 아프도록 지고이고 와서 시누이들과 조카들을 먹인다. 아무리 힘들게 많이 가지고 와도 없어지는 건 너무 순간이다. 간혹 운이 좋은 날이면 꿩 알도 몇 개씩 주워온다. 도랑에서 가재나 개구리를 잡아 오는 날도 있다. 아무것도 생각할 여유가 없는 나날이다. 달녀는 오빠와 오자상을 욕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를 물고 참고 참으며 살아간다. 여름에는 산딸기와 앵두도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를 차지한다. 가을은 늘 가을가을한다. 가을에는 송이를 따러 복골로 석대미로 연화동까지 가기도 한다. 캄캄한 새벽에 남들보다 먼저 가야만 몇 개라도 딸 수 있다. 빈 입으로 산에 갔다 오면 배가 고파 이허리가 덜컥 지고 눈도 깜빡하기 싫다. 어쩌다가 산머루나 다래를 만나 따먹는 날은 요행히도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 다행히 봄 여름 가을은 배를 곯는 일이 좀 덜하다. 소나무 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그 속에 물을 칼로 긁어먹는 송구 맛은 달고 맛있다.
그렇게 행복의 시간은 악마가 도둑질이라도 하듯 빨리 가버리고 눈을 뜨니 동짓날이다. 시어머니는 시집간 시누이들을 모두 불러서 팥죽을 먹여야 한다며 새벽부터 난리를 친다.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좋으련만 손은 까딱도 안 하고 말로만 바쁘다. 드디어 아침 먹은 설거지도 하기 전에 시누이와 시누이 남편들도 모두 들이닥친다. 어린 조카가 있는데도 어느 누가 한 번 안아주는 일도 없는 매정한 거짓 양반가 사람들이 몹시 서운하다. 시어머니는 팥죽 한 그릇을 퍼서 동네 앞 당산나무로 가지고 간다. 악귀나 사귀(邪鬼)가 동네에 침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또 대문 위와 담벼락에도 팥죽을 뿌린다. 방·마루·장독대·뒷간 등에도 한 그릇씩 퍼다 놓는다. 팥죽은 빛이 검붉어서 이 빛을 귀신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팥죽을 뿌리면 못된 귀신이 침입하지 못한다며 집안에 뿌려 액막이를 한다고 사방팔방 팥죽을 퍼다 귀신 막기에 바쁘다. 귀신이 귀신인데 저러면 못된 귀신이 먼저 침입해서 먹을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