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3183560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5-05-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장애가 곁에 있다는 것은
추천사
Chapter 1. 형제라는 이름으로
태어나보니 가족이 장애인
차이를 메꾸는 시간
흔들림 속에서
주머니 속 비밀
Chapter 2. 평범한 게 뭔가요?
시선의 무게
모두의 꿈
소수라는 생각
그들의 장례식
밝은 그늘
Chapter 3. 닮아가는 시간
내가 1호인 줄 알았지
늦은 외출
형이 가르쳐준 마음
피어난 불꽃
대단하다는 말
Chapter 4. 각자의 세계에서 만난 우리는
길을 여는 걸음
동행의 소중함
좋아하는 것 찾기
고소당한 특수교사
변화의 조각들
에필로그 그로부터 몇 년 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의 불편한 속앓이가 형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자 형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형이 나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콜라를 사달라는 형을 보면 자비 없는 불도저가 생각이 났다. 부모님의 옷을 꽉 쥔 채 소리를 지르는 형의 집요함을 이길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형의 기세에 부모님이 다칠까 염려됐다. 출퇴근할 때나 외출하는 도중에도 형은 언제나 돌발적이었고 후퇴란 결단코 없었다. 형의 밑도 끝도 없는 요구는 점점 더 과해졌고, 부모님도 점차 지쳐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날카롭게 꽂히던 순간을 떠올리자 형의 기분이 어렴풋이 이해됐다.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그 시선을 형에게 그대로 돌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내 시선의 무게가 형을 누르고 있었을 거라는 뒤늦게 들었다. 형과 동행하면 얼마든지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어딘가 불편함과 경계심이 섞여 있는듯한 눈빛으로 거리를 두거나, 과한 친절로 마치 보듬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시선으로 행동했다. 시선은 찰나의 순간으로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고, 강자와 약자로 사람을 나눌 수 있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 척 무심한 척 노력하면서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깊이 느끼곤 했다.
우리 가족은 형의 자립을 위해 시간을 쏟았다. 그 시간 속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우리 앞을 가로막으며 방해했고, 그럴 때마다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은 형의 자립에 필수적인 조건 같았다. 나는 그 불안을 견디기 어려워 점점 더 형의 자립에 대해 고민하려 들지 않았다. 학교 생활과 취업 준비에 치여 생활하기 바빴던 나는 형을 위해 노력하는 게 점점 더 부담스러워졌다. 그렇다고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의 의미와 책임감을 떠올려 보면, 아예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형의 미래를 그릴 때마다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무게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