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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3322518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25-06-2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항아리
밀물과 썰물
선인장 이야기
비익조
손거울
물과 불
상사화
섬진강
어린 왕벚나무
동고동락
네가 있어야 내가 있다
2부
두 그루의 오동나무
인면조
족제비 탑
가을 파리의 슬픔
어느 손 이야기
창덕궁 잉어
탁목조
소나무와 사과나무의 대화
벼와 피
그림 밖으로 날아간 새
기차 이야기
3부
모닥불
오동도
나무의 말
종과 종메
월식
서울역 눈사람
극락조
작은 예수
돌멩이의 미소
조각배
풀과 낫
4부
참게
상처
열쇠와 자물쇠
백두산자작나무
몽당빗자루
새 잡는 그물
하늘로 날아간 목기러기
자살바위
발 없는 새
가시 없는 장미
푸른목타조
해설
정채봉 - 연필로 눌러쓴 그림일기 같은 우화
안도현 - 사랑의 본질을 찾아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땅속에 파묻힌 나는 내가 무엇으로 쓰일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가슴은 두근거렸다. 이제서야 내가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남을 위해 무엇으로 쓰일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그저 한없이 가슴이 떨려왔다.
그날 밤이었다. 감나무 가지 위에 휘영청 보름달이 걸려 있었다. 어디선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젊은이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가슴을 억누르고 두 귀를 쫑긋 세웠다. 젊은이의 발걸음 소리는 바로 내 머리맡에 와서
딱 멈추었다.
나의 가슴은 크게 고동쳤다. 달빛에 비친 젊은이의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고요히 숨을 죽이고 젊은이를 향해 마음속으로 크게 팔을 벌렸다.
“내 소원을 들어주면 가르쳐줄게.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겠니?”
“무슨 소원인데?”
“꼭 들어준다고 먼저 약속을 해야 돼.”
“그래 약속할게.”
소년은 새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자 새가 입을 열었다.
“내 소원은 사람의 얼굴을 한 새가 되는 거야. 그런 새를 인면조라고 하는데, 아직 아무도 그런 새가 되지 못했어. 난 인면조가 되기 위해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는데, 인면조가 되지 못하고 이제 얼마 살지를 못해.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내가 죽으면 네가 만든 부도에 인면조가 된 나를 새겨 넣어줄 수 있겠니?”
“응, 새겨 넣어줄게.”
“꼭 약속할 수 있겠니?”
“응, 꼭 약속해. 내가 아버지와 같은 훌륭한 석공만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약속할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