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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73324680
· 쪽수 : 524쪽
· 출판일 : 2026-01-07
책 소개
책속에서
팔론은 재판정을 천천히 둘러보며 불안한 듯 양손을 모아 비볐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홀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죠. 그곳만이 제 마음이 현재와 과거를 구분하는 데 혼란을 겪지 않는 유일한 장소거든요. 브론테, 당신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견뎌 내는지 정말 대단하군요.”
“계속 몰입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온전히 현재에만 집중하는 거죠.”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이 세상은 정말…… 지치는군요.”
팔론의 눈동자가 먼 곳을 응시하며 초점을 잃었다. 마치 과거의 어떤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소피는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코끝을 찌르는 달콤한 냄새도 없었고, 머릿속이 흐릿하거나 꿈꾸는 기분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검었다. 눈앞이 아니라 세상이 통째로. 얼굴에 뭐라도 덮였나 싶어 손으로 더듬었지만 손끝에 닿은 건 자신의 피부뿐이었다.
“아직도 알아채지 못했다니 안타깝구나.”
게텐이 냉소와 조롱을 내뱉자 산도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버의 경고에 소피는 눈을 감고 고통에 대비했지만…… 그다음에 찾아온 고통은 어떤 준비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났고, 이어서 속이 울렁거릴 만큼 끔찍한 압박이 몰려왔다. 날카로운 뼈가 피부를 찢고 튀어나왔고, 손가락 관절은…… 그냥 무너져 내렸다. 하나가 부서지고, 또 하나, 또 하나……. 그러는 사이 소피는 감각을 잃었다. 고통이 너무 커서 뇌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이 정도면 됐니? 아니면 더 할까? 부술 뼈가 아직 많은 것 같은데. 그래서 난 손이 좋다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