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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상상력

자연의 상상력

(진화하는 자연에서 배우는 희망의 언어)

데이비드 패리어 (지은이), 이은진 (옮긴이)
김영사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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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상상력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자연의 상상력 (진화하는 자연에서 배우는 희망의 언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91173324819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6-02-27

책 소개

자연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자연은 불안정 속에서 스스로 해법을 만들어왔으며, 그 과정에서 축적된 적응과 조율의 방식은 지금 인간이 마주한 질문에 직접적인 단서를 건넨다.
환경 변화는 재앙이기만 한가
도시는 절벽이 되고, 건물은 서식지가 된다
자연은 이미 미래를 만들고 있다

★★★ 2025 웨인라이트상 최종 후보작
★★★ 마거릿 애트우드가 극찬한 작가의 최신작
★★★ 이야기로 기억되고 문장으로 남는 과학책


영국의 문학 교수이자 환경 사상가 데이비드 패리어의 신작 《자연의 상상력》이 국내에 출간되었다. 기후 위기와 기술 전환, 대량 멸종이 일상이 된 시대에 우리는 대개 더 날 선 경고와 더 급박한 목소리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길을 택한다. 그는 자연을 위기의 배경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적응과 창조의 기록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동물의 도시 적응, 미생물의 진화 전략,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공진화 사례를 따라가며 자연이 축적해온 상상력의 방식 속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사유의 여정이다.
저자는 이미 전작 《풋프린츠Footprints》에서 우리가 세운 구조물과 도로,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 수만 년 뒤까지 남을 방사성 폐기물 등이 언젠가 지층 속 ‘미래의 화석’으로 남을 수 있다는 도발적인 통찰을 제시한 바 있다. 인간의 활동을 수백만 년의 지질학적 시간 속에 놓고 바라보게 한 이 문제 제기는 국제적 호평을 받았고, 그는 과학적 사실과 문학적 사유를 결합해 시간과 문명을 다루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이후의 작업이다. 인류가 남길 흔적을 묻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제는 자연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회복력과 협력, 변형과 공존의 방식을 탐구한다. 저자가 정의한 ‘상상력’은 공상이 아닌, 서로 다른 존재들이 생존을 위해 축적해온 전략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인간이 변형시킨 환경 속에서 생명체들은 혹독한 적응을 요구받고 있지만 저자는 위협만을 말하지 않는다. 도시는 새로운 서식지가 되고, 고층 건물은 절벽이 되며, 지하 공간은 또 다른 생명의 통로가 된다. 인간과 자연이 만든 진화는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인간에게 향한다. 우리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스스로 분해되는 바이오 소재와 폐기물을 재구성한 건축 실험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 역시 자연의 논리를 배우며 다시 설계될 수 있다는 것. 미래는 통제의 기술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능력에 달려 있다. 불안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가장 지적인 방식을 제안한다.

통섭의 학자가 기록한 희망의 언어
상상력은 연결이고, 협업이다


기후 위기는 이제 통계가 아니라 ‘체감’의 영역이 되었다. 계절은 어긋나고, 종은 사라지며, 도시는 더 뜨거워진다. 우리는 묻는다. “이 변화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는 감축과 규제, 책임과 죄책감의 언어에 머문다. 《자연의 상상력》은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자연은 정말 무력한 피해자인가, 아니면 40억 년 동안 변화에 대응하며 스스로 해법을 실험해온 존재인가. 이 책은 자연을 가장 오래된 혁신가이자 적응의 주체로 다시 위치시키며,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에게 배움이란 일방향의 전달이 아니라 협업이다. 인간과 자연, 과학과 문학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사유는 통섭적이다. 강단 위의 학자에 머물지 않고 현장을 직접 찾는 연구자기도 한 그는, 지금도 전 세계 연구소와 실험 현장을 방문해 과학자와 공학자, 생물학자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축적된 탐구의 기록이다.
그가 안내하는 곳은 숲과 바다 같은 자연의 현장부터 최첨단 연구실까지 아우른다. 나뭇잎과 사과 껍질, 새우 껍질로 만든 바이오 소재 ‘아구아호하’, 폐기물을 재구성해 지은 건축 실험 ‘웨이스트 하우스’, 스스로 회복하는 생물 로봇 ‘제노봇’까지. 이 사례들은 단순한 기술 소개가 아니다. 자연의 원리를 배우고, 그것을 다시 설계에 적용하려는 인간의 시도다. 과연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무엇을 배우려 하는가. 그리고 어디까지 변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환경을 읽는 자가 살아남는다
조용하고 집요하게, 생명은 진화한다


이 책은 자연의 적응력과 상상력을 생생한 사례로 보여준다. 인간과 가까이 살게 된 야생 여우는 세대를 거치며 꼬리가 둥글게 말리고, 곧게 서 있던 귀는 부드럽게 접혔다. 반가운 이를 보면 꼬리를 흔드는 행동까지 나타났다(38쪽). 도심의 까마귀는 견과류를 도로 위에 떨어뜨려 자동차 바퀴로 껍질을 깨뜨린 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함께 움직이며 안전하게 알맹이를 줍는다. 환경의 흐름을 읽고 전략을 수정한 결과다.
적응은 때로 유전자의 단 한 줄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허드슨강에 사는 애틀랜틱톰코드는 단 하나의 염기서열 변화만으로 독성 물질에 대한 내성을 길러냈다(145쪽). 한편 진화는 유전자에만 기록되지 않는다. 어떤 생명은 문화를 통해 스스로를 바꾼다. 혹등고래는 무리가 달라지면 이전의 노래를 지우고 새로운 노래를 배운다(181쪽). 하지만 바다를 오가는 선박의 소음은 그들의 노래를 가로지르며, 유연하게 변주되어온 그 조율의 리듬을 점점 더 가혹한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그리고 지능은 반드시 뇌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라이코프로테인 점균류는 화학 신호를 남겨 자신이 지나간 경로를 외부 환경에 기록한다. 이미 탐색한 구역을 기억하며 미로를 더 효과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232쪽). 곤충이 부족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호주에서 벨기에에 이르는 지역의 왕거미는 거미줄을 더 촘촘하게 짓는다(73쪽). 작고 단순한 뇌를 대신해 ‘거미줄’이라는 외부 장치에 인지기능의 일부를 맡기는 방식이다. 이처럼 생명은 몸 밖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환경과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생존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스스로를 다시 상상하는 힘이다.

바뀌어야 할 것은
속도보다 태도, 확장보다 감수성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숲속에는 ‘미래도서관’이 있다. 100년 뒤에 읽힐 원고를 밀봉해 보관하는 침묵의 방이 있고, 그 숲에 심은 나무로 종이를 만들어 한 세기 후에 책을 인쇄한다(298쪽). 이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이자 일종의 시간 조율 시험인 셈이다. 2018년, 다섯 번째 작가로 참여한 한강은 이곳을 “한 세기 동안 이어지는 기도”에 비유했다. 그러나 겨울은 점점 따뜻해지고, 이 숲의 주인인 가문비나무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기후가 흔들리면 숲의 생물계절도 달라진다. 100년을 기다리는 프로젝트는 결국 자연의 리듬과 얼마나 함께 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 우리는 자연의 시간과 얼마나 나란히 설 수 있을까.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우리는 상상을 멈출 수 없다. 인간은 다른 방식을 모색하고 다시 실험한다. 《자연의 상상력》이 던지는 가장 급진적인 메시지는 분명하다. 변화는 자연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는 변화하는 세계의 일부며, 우리 역시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 존재다. 기후 위기를 체감하면서도 생각의 출발점을 찾지 못했던 독자들, 환경을 도덕적 의무나 소비의 문제로만 접해온 독자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사유의 지평을 넓혀준다.
유전자 그 자체나 고도화된 기술이 답은 아닐지도 모른다. 바뀌어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태도이며, 확장이 아니라 감수성이다. 자연이 남긴 적응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미래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 배움의 장이다. 미래는 통제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배우며 변화하는 자의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가. 삶의 방식과 시간의 감각 그리고 관계를 맺는 태도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목차

프롤로그

1 최적의 개, 적응의 힘
인류가 가장 처음 다른 생명체를 변화시킨 방식 | 길들임과 자유, 그 사이에서
| 인간도 끊임없이 적응한다

2 살아 있는 도시
도시가 설계하는 지속가능한 삶 | 살아 있는 집 |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다

3 하나의 손길, 하나의 세계
화학물질에서 읽을 수 있는 것 | 폐기물 문제에 대하여 | 화학 세계를 견뎌낼 이유는 없다

4 자연의 노래
음악인가, 언어인가 | 언어를 배우려는 욕구 | 소리로 다시 수놓아지는 동물 세계
| 공존을 이루기 위하여

5 기묘한 지성들
뇌가 없어도 자연은 생각한다 | 외울 것인가, 이해할 것인가 | 악몽에서 깨어나야 할 때
| 풍요를 되찾을 것

6 야생의 시계들
시곗바늘을 자연에 맞춘다면 | 의구심이 드는 지금 이 순간 | 마땅히 조율해야 할 것
| 시간의 고요를 다시 배우는 일

7 사자 인간, 상상의 시작
공생의 세계를 건너는 법 | 진화를 돕거나, 혹은 흔들거나 | 생명을 닮은 기술이 기회를 만든다
| 다시, 생태 감수성으로

카프카의 표범들
참고문헌
감사의 말
사진 출처

저자소개

데이비드 패리어 (지은이)    정보 더보기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문학과 환경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작가. 그는 자연과 인간의 연결성을 탐구하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묻는다. 문학과 예술, 과학을 넘나들며 인류와 자연의 시간을 섬세하게 사유하는 그는, 환경 파괴의 위협 속에서도 여전히 길을 찾고 적응하는 생물들에 주목한다. 그의 글은 미래 이슈를 다루는 온라인 미디어 <BBC 퓨처>를 비롯해 미국의 대표 지성 저널 《애틀랜틱》,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그리고 《이머전스》와 《오리언》 같은 자연?환경 문예지, 영국의 시사 저널 《프로스펙트》 등 다양한 매체에 실렸다. 또한 영국 왕립지리학회 초청 강연과 라디오 <BBC 프리 싱킹>에 출연하며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www.instagram.com/proffar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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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 (옮긴이)    정보 더보기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치학과 정책학을 공부했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 퇴사 후 번역가로 살고 있다. 주로 인문, 사회, 과학 분야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며, 드문드문 기독교책을 번역하기도 한다. 《강박에 빠진 뇌》로 제41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최우수과학기술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 《공감의 배신》 《책의 책》 《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는 사회》 《신학이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나라, 권력, 영광》 《지혜가 필요한 시간》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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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과거에는 수천 년이 걸렸던 환경 변화가 이제는 불과 수십 년 만에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생명체가 환경에 맞춰 몸의 형태를 바꾸고, 먹이를 섭식하는 방식이나 이동 습성을 조정하는 능력은 생존에 필수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적응력은 우리 인간에게도 필수적이다. 이 책은 인간이 가진 ‘가소성’을 탐구하는 책이다. 물벼룩이나 세네갈비처가 보여주는 변화 능력은 우리에게도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바꿀 필요까지는 없을지도 모른다. 바꿔야 하는 것은 우리의 ‘삶의 방식’이다.


어떤 새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적대적인 구조물 속에서도 보금자리를 찾는다. 건물 외벽을 깨끗이 유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조류 퇴치용 뾰족한 철심 장치는 도시가 야생동물을 밀어내기 위해 만든 참 씁쓸한 발명품이다. 그러나 절묘한 아이러니가 펼쳐졌다. 오히려 이 매정한 장치를 둥지 재료로 활용하는 법을 터득한 새들이 생겨난 것이다. 로테르담의 까마귀와 안트베르펜과 글래스고의 까치는 건물에 설치된 조류 퇴치용 철심 장치를 뜯어내 둥지를 지었다. 이들이 나뭇가지와 함께 철심을 엮어 만든 둥지는 뾰족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그 거친 재료 덕분에 침입자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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