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91185153377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0-10-12
책 소개
목차
서문
1장 언어의 숲에서
나비와 이파리*너의 이름은*어느 문명*퍼즐과 벽*고양이를 찾아줘*달의 한숨*계절 한 스푼*러브레터
도쿠리와 매화*항해*해후*산들산들*보랏빛*어른의 산*호랑이를 타고*짝수와 홀수
2장 번역가의 작업실
각오*책의 수레바퀴*작업실이 필요해*다자이 오사무*시인과 편집자*기대어*홀로*시행착오*눈 한 그릇*옹달샘 낭독*이미지로 번역하기*기다림의 미학*울다가 웃다가*그 겨울 ‘고요서사’*노트북코*가출
3장 고독을 응원합니다
아름다운 고독*술독이 되고파*바람이 분다*좋았다 싫었다*옥탑방 앨리스*위로의 김치전*나이듦*새순*짧은 밤*촉촉한 창문*눈의 꽃*광장에서*헤어졌어요*닿지 못한 편지*깨미와 나*이제나저제나*영정
4장 슬픔 말고 사랑
모조리 상상*오랜 친구*밀회*배신*무례한 당신*팔베개*사랑 경합*마음의 깊이*안녕, 쥘?*작은 원*
전기장판*레몬그라스*짝사랑*무한한 하나*불가능성*마침표
참고한 책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내 헤매니 전생의 인연이라 괴롭긴 해도
사랑하는 마음은 세월을 돌고 도네
천 년 전, 사랑에 빠진 여성이 남긴 와카다. 일이든 사랑이든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 해보지 않았을까. 인생을 헤매게 만드니 괴롭기 짝이 없지만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을 만큼 좋아한다고. 나조차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에 문학 번역을 업으로 삼게 된 지금, 내 마음이 꼭 그렇다.
와카로 에세이를 써보지 않겠냐는, 이 아무도 손대지 않을 법한 기획을 정은문고 편집자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나는 어렴풋이 내 전생 이야기가 떠올랐다. 와카야말로 일본인 고유의 정서가 녹아든 시적 예술이기에. 마음에 드는 와카를 골라 번역한 다음 음미하며 내 안에 떠오르는 산문을 쓴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겠지만 이런 제안이 내게 온 것도 다 어떤 까닭이 있지 않을까. 그런 떨림이 있었다.
나무 아래로 한곳에 그러모은 언어 잎사귀
어머니가 남기는 숲의 유품입니다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은데. 내가 중얼거렸다. 왜요? 한곳에 가만히 있는 게 미치게 좋거든요. 어쩌면 나는 이미 나무의 한 종인지도 몰라요. 겉으론 사람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런 상상도 해본다. 내 손을 거친 책이 한 권 한 권 작은 나무가 되어 동화의 나무 아래서는 아이가 흙장난하고 소설의 나무 아래서는 어른이 쉬었다 가는. 그런데 이 와카를 읊으니 어쩌면 인간이 죽어서 정말로 되는 것은 ‘언어 잎사귀’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어로 언어言의 잎사귀葉 ‘고토바言葉’는 말을 뜻한다. 인간이 한 그루의 나무라고 할 때 거기에 달리는 잎사귀가 말, 말, 말이라는 뜻이리라.
정말로 말은 사라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다. 우리의 입을 통해, 글을 통해, 존재 전체를 통해 다음 세대로 또 그다음 세대로. 우리가 매일 쓰는 말이야말로 가장 오래 지상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