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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85153629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4-02-2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내가 읽은 책
취향의 원형
안녕, 만화책
앤이 건넨 위로
등을 떠민 세 권의 책
팔랑귀의 장점
독서의 기본기
나의 그림 경전
책 읽는 여자들
일러스트레이터의 각오
완독하지 못한 책
독서 기록
2부 내가 그린 책
취향과 일은 다르니까
작은 미술관, 화집
책은 사서 본다!
서재와 책장
독서 강박
다시, 만화책
아무튼 산책
그림책의 매력
재기 발랄한 고미 타로
나의 그림 동료
그림으로 가는 문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 달쯤 후 일본 여행을 갔을 때였다.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갑자기 서점에 가고 싶어 검색하다가 ‘나타쇼’라는 헌책방을 발견했다. 사진 속 따스한 조명을 둘러싸고 사방에 가득 찬 책,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마법 같은 곳’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비밀스러우면서도 빈티지한 분위기에 반해 부푼 마음을 안고 찾아갔다. ‘나타쇼’는 후미진 골목 작은 목조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었다. 비좁은 1층 입구를 거쳐 끼익끼익 소리 나는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가니 15평 정도 되는 공간이 나타났다. 바닥 천장할 것 없이 온통 헌책으로 가득한,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 말 그대로 ‘마법 같은’ 공간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그 예쁜 사진들도 실은 매력을 다 담지 못했구나, 할 만큼 무척 아름다웠다.
들어선 지 2분도 지나지 않아 책 한 권이 눈에 탁 걸려들었다. 히라타 쇼고의 『엄지공주』가 바닥에 수북이 쌓인 책더미 맨 위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맙소사. 당장 손을 뻗었다. 『엄지공주』는 전집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던 책이었다.
나는 인터뷰집이 좋다. 나와는 다른 사람, 먼저 어려운 길을 간 사람과의 대화에선 분명 배울 점이 있다. 노포에 들렀을 때 사장님이 늘어놓는 살아온 이야기나 집회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폭로하듯 뱉어내는 이야기나 부모님이 조곤조곤 털어놓는 과거 이야기를 즐긴다. 사람은 다 저마다 이야기가 있다. 한 명 한 명 직접 만나 듣진 못하지만, 인터뷰집은 읽기만 하면 된다. 인터뷰어가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그들의 답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인터뷰집의 매력이다.
사람과 사람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마주 보며 서로를 향한 궁금증과 애정이 가득한 시간에만 나오는 이야기. 때로는 일기장에 쓸 때보다 더 술술 풀어놓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며 자신도 몰랐던 부분을 말하기도 하고, 가끔 한층 용감하게 자신을 발화하기도 한다. 인터뷰집을 읽으면 그들과 차 한잔, 술 한잔 기울이는 것 같다.
대학생 때 그랬다. 살면서 가장 독서를 깊게 많이 했다. 정치외교학과에 처음 들어갔을 때, 학점을 잘 따서 좋은 데 취업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세상을 일단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적으로 한미 FTA 반대 시위가 있었고 대학교 입학 전엔 용산 참사가 있었다. 내가 모르는 세상, 이 세상의 구조와 비밀을 알고 싶었다.
대학생이 되어 학과생만 모집하는 작은 동아리인 소모임 중에서 유일하게 학회인 곳에 들어갔다. 학회 이름은 폴리토피아politics for utopia, 유토피아를 위한 정치학. 지금은 이런 표현이 좀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정치학을 공부할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더 나은 세계를 꿈꾸기 마련이라 이해는 간다. ‘politics in distopia’라는 이름이면 어땠을까. 『멋진 신세계』 같은 책을 읽고 정치학을 얘기하면 더 복잡하고 재미있는 주장이 잔뜩 나올 것 같은데. 아무튼 유토피아를 위한 정치학을 공부하는 학회에선 가장 기초적인 인문 교양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공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