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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뇌과학/인지심리학
· ISBN : 9791185430331
· 쪽수 : 54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머리글자 H.M.의 주인공
1장 비극의 서곡
2장 “솔직히 말해서 실험적인 수술”
3장 펜필드와 밀너
4장 30초
5장 기억은 이것으로 만들어진다
6장 “나하고 논쟁하고 있습니다”
7장 부호화, 저장, 인출
8장 기억할 필요가 없는 기억 1: 운동기술 학습
9장 기억할 필요가 없는 기억 2: 고전적 조건형성, 지각 학습, 점화
10장 헨리의 우주
11장 사실지식
12장 유명세와 건강 악화
13장 헨리의 유산
에필로그
감사의 말 | 주 | 그림 목록과 출처 | 찾아보기
책속에서
프롤로그 머리글자 H.M.의 주인공
수술 당시 스물일곱 살 청년이었던 헨리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보행보조기에 의존해야 하는 예순여섯 살 노인이 되었다. 그러나 이 긴 세월도 헨리에게는 잠깐의 시간이다. 수술 후 수십 년 동안 그는 만났던 사람의 얼굴도 갔던 장소도 살아온 나날도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영원한 현재시제로 살아왔다. 어떤 일을 겪어도 몇 초 뒤면 의식에서 빠져나간다. 나와 함께했던 대화도 헨리의 의식 속에서는 그 순간 바로 증발했을 것이다.
헨리 살아생전에는 그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모두가 반드시 머리글자로만 언급했다. 헨리가 과학에 기여한 바에 관해 강연할 때면 내게도 H.M.이 누구인지 묻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름을 세상에 공개한 것은 2008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헨리와 함께 수십 년에 걸쳐 작업해온 내게는 한 가지 사명이 있었다. 헨리를 그저 교과서에 간략하게 기술되고 마는 익명의 존재로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헨리 몰레이슨은 결코 테스트 수행점수며 뇌 이미지로 다 설명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성품이 온화하고 유쾌하며 유머감각이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기억력이 형편없음을 인지하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으면서도 연구과제에 늘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유명한 머리글자 뒤에는 사람이, 데이터 뒤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있었다. 헨리는 자신의 상태에 대한 연구가 다른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자주 했다. 자신이 겪은 비극이 과학과 의학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 알았다면 헨리는 분명 긍지를 느꼈을 것이다.
1장 비극의 서곡
어린 헨리에게 이 짧은 비행은 찰스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횡단했다는 그 있을 법하지 않은 소식을 들었을 때와 같은 모험심과 가능성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이 비행은 헨리의 인생에서 가장 흥분되는 순간 중 하나였다. 비행 내내 헨리는 비행기가 주는 감각,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의 모습, 조종간을 손에 쥐었다는 전율감에 완전히 매혹되었다. 이 비행의 매 순간 모든 것이, 사소한 것까지 그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기록되었다. … 그는 노인이 되어서도 비행기의 초록색 실내와 보조핸들의 움직임, 트래블러스타워의 전경, 비행기를 조종하는 동안 들었던 지시사항은 전부 완벽하고 또렷하게 기억했다. 수술 후 상담과 질의응답을 진행해온 수십 년 동안, 이것이 그가 상세하고 명확하게 장기적으로 기억하는 유일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