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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91185585161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추도사: 영생하는 영혼의 소유자_ 조정래
1부. 시간의 기억
1789년 7월 14일
5월을 위한 추도사
그 여름의 신화
30년 전의 묵시록
5월의 주변에서
산티아고, 1973 겨울
아편에서 달러로
2부. 저 낮은 경제학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J양에게
흥부와 놀부가 같이 사는 길
민주경제 건설의 길
플란더즈 개와 플란더즈 사람
내 자식의 '교환가치'만은
너무 비싼 신분증
뒤집힌 비윗장을
시장 우상에 대하여
꽃 이야기
오늘 우리에게 마르크스주의는 무엇인가
3부. 세상의 풍경
귀향, 화해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하여
순수한 분노를
투표는 해야겠는데
60년 만의 과거사 회상
새해 선물
나는 네가 아닌데
망년의 자격
뿔 없는 '마녀'를 위하여
사제들의 고통 분담
객고에도 차별이
이게 어데 남의 일이가
이 황홀한 모순의 아침에
오디세이 2000
그의 '심증' 인터뷰
장삿속과 민족애 사이에
뱀의 발톱을 그리며
히틀러와 채플린의 연대를 마감하며
33년만의 안부
영웅본색
4부. 사람 읽기
더 좋은 경제학자가 되기 위해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어느 장군의 '산문'을 회상하며
새벽닭이 우는 뜻은
체 1928-67-97
천안문 1976 그리고 1989
알튀세르를 위한 추도사 서문
사제와 농부
봄의 비밀, 봄의 소리
J에게
5부. 크리티크
메이데이의 핏빛 역사
그가 남긴 칼과 사랑
10월의 크리스마스
한국 경제의 '등에' 이야기
그놈의 '오렌지 시계'가
『도덕감정론』
21세기 묵시록
새내기 독서를 위한 '세미클래식 10선'
'출가내인' 이야기
명예 잃으니 국운 기울더라
다시 자유주의자에게
11년만의 혐의 탈출
가을의 미망
출처
연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혁명은 우선 '정치적'이지만 그 정치적 행동을 이끌어낸 배후에는 반드시 경제적 요인이 잠재해 있다는 의미에서 모든 혁명은 본래 '경제적'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혁명의 원인에 대한 평가는 또한 바로 이 점에서 여럿으로 갈라진다. 미슐레와 텐을 잇는 일련의 해석에서는 구제도 아래서 농민층이 겪은 극심한 '빈곤'이 혁명을 유발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에 반해 토크빌과 조레스 쪽의 생각으로는 이미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번영'의 결실을 제도적으로 독점하려는 부르주아지의 투쟁이 곧 혁명으로 전화된 것이다. 이 '빈곤이냐 번영이냐'의 논쟁에 대한 제3의 입장으로서는 마티에, 르페브르, 소불로 이어지는 다소 좌파적 성향의 시각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특히 '번영 속의 빈곤' 내지는 '빈곤 위의 번영'을 혁명의 주요 동기로 강조한다. 그렇다. 사회의 한 부분이 온통 번영을 구가하는데, 다른 한 부분은 거기서 제외되거나 그에 의해 희생되어야 한다면, 기껏해야 결핍에 불과하던 이제까지의 빈곤이 이후로는 굴욕으로-이어 굴욕의 폭발로-돌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혁명이란 이와 같이 빈곤만도 번영만도 아닌, 빈곤과 번영이 같이 하는 자리를 발판으로 삼는 법이다. 실로 이 맥락에서 나는 "혁명에는 정규군이 없다"라는 라브루스의 주장에 동의하며, 이것이야말로 프랑스혁명 200주년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_1부 시간의 기억, 「1978년 7월 14일」
5월 28일 마침내 혁명은 그렇게 붕괴되고, 코뮌은 또 그렇게 막을 내렸다. 베르사유 정부군은 877명의 사망자를 냈을 뿐이지만, 코뮌의 희생자는 3만이 넘었고 포로는 다시 3만 8,000명을 헤아렸다. 1874년까지 계속된 '보복재판'에서 1만 4,000명이 유죄 판결을 받고 총살되거나 투옥되거나 유배(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나 남미의 가이아나까지)되었다. 12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까지 산 자는 아무도 그 죽은 자의 정확한 수효를 모른다. 혁명을 파괴한 사람은 으레 사상자의 숫자를 감추는 법이다. 그래 그래, '그들'도 그랬다. "코뮌을 말살시킨 자들에 대해선 이미 역사가 그들의 목에 두른 칼에 빗장을 걸어버렸습니다. 어떤 성직자의 기도로도 그들에게서 그 칼을 벗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코뮌에 보내는 마르크스의 조사이다. 충혈된 눈으로 프랑스의 역사를 다시 읽으며 밤을 밝히는 사연은 '5월에 진 빚'을 모래 한 알이나 터럭 한 개만큼이라도 탕감받으려는 나의 부끄러운 허욕 때문이다.
_1부 시간의 기억, 「5월을 위한 추도사」
나는 이들 여러 이론이 실현하려고 애썼던 자유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새로운 주장이 이전의 생각을 계승하기보다는 차라리 거부한 면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새 이론이 옛 이론의 '발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것과의 '대결'이란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말하자면 경제학은 J양이 여러 차례 우려했듯이 현실에 자족하는 무기력한 학문이 아니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혁명하는' 학문이라는 뜻입니다.
위에서 나는 경제학이 밥과 사람의 관계로부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해명하는 학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만, 앞의 관계는 한마디로 풍족한 밥에 대한 요구이고 뒤의 관계는 자유의 영역의 확대에 대한 집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경제학을 통해서 '밥과 자유'라는 우리 삶의 가장 본질적인 두 측면을 규명할 수 있게 됩니다.
J양!
알프레드 마샬은 경제학자들에게 차가운 머리(cool head)와 뜨거운 가슴(warm heart)을 함께 지니도록 당부한 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J양이 냉철한 지식(이론)과 열렬한 애정(실천)을 가지고 자신과 이웃이 밥을 얻고 자유를 찾는 일에 동참하기를 원한다면, 경제학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마십시오. 결코 자상하지도 못하고 또 친절하지도 않은 이 회신이 J양이 '미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_2부 저 낮은 경제학,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J양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