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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85585703
· 쪽수 : 452쪽
책 소개
목차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 5
프롤로그 - 신장개업 13
아시아의 온갖 물건 21
인숙 김 38
낚시 55
홍씨 79
아시아의 향취 104
인영 김 129
5월은 잔인한 달 147
지희 홍 165
파이어 세일 185
드미트리 포포브 204
영어로 하는 의사소통 228
테드 맥마너스 252
코쟁이 282
밥 밀러 307
사진 속 여자 330
줄리 356
추수감사절 375
윤새 홍 403
한 해가 저물어 갈 때 420
감사의 말 450
리뷰
책속에서
누나는 자살을 시도하는 날로, 아니면 자살을 하는 척하는 날로 하필 내 열두 번째 생일인 오늘을 택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건 분명 관심을 끌기 위한 연기였을 뿐이었다. 그때도 누나의 자살 시도가 보여 주기식이라는 걸 알았지만 변기 뚜껑 위에 놓여 있던 파란 접시와 컴퍼스 바늘처럼 끝이 뾰족한 과도가 욕조를 향하고 있던 것을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다. 접시 위에는 하얀 알약이 제물처럼 쌓여 있었다. 나는 접시와 과도를 바닥에 내려놓고 변기 시트를 올렸다. 오줌을 누는 내내 은색 칼날을 쳐다보며 이 칼날이 누나의 손목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을지 궁금했다.
_아시아의 온갖 물건
“여기가 좋아?” 누나가 물었다. 여기라는 것이 이 가게를 말하는 건지, 이 나라를 말하는 건지, 이 지구를 말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 물으려다가 어차피 내 대답은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이만하면 됐어.” 내가 말했다. 누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이만하길 다행이지.”
_인숙 김
아빠가 운전석에서 내리는데 아빠의 뒷주머니에서 빠져나온 무언가가 좌석 위로 툭 떨어졌다. 작은 수첩이었다. (…) 수첩에는 낚시를 하러 가는 길에 아빠가 나에게 물었던 질문들뿐 아니라 더 많은 질문들이 적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치고 아빠의 글씨체는 보기 좋았다. 내 글씨보다도.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가 기억나느냐고 물어볼 것. 영어로 ‘파더’나 ‘대드’라고 부를지 아니면 ‘팝’이나 ‘파파’라고 부를지 물어볼 것.
_낚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