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2908823
· 쪽수 : 40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폴라
2 섹슈얼리티 맞추기 게임
3 소년
4 액션피규어
5 소란한 집
6 점프스케어
7 거머리
8 파티장의 유명한 개자식
9 핑크닷
10 소규모 인디 영화
11 그냥 농담이었어
12 롤러 더비
13 양동이
14 동거
15 ‘라이언’
16 스피도
17 충돌
18 직관
19 올드 네이비
20 그냥 몸을 뻗어
21 헬시웨이
22 임사체험
23 유턴
24 하늘에 있는 네 아빠
25 내가 선택한 가족
26 마스크
27 입구
28 그 어떤 말로도
29 피치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인용 출처
리뷰
책속에서
우리의 다양한 경험을 쓰고, 읽고, 나누는 행위는 우리를 침묵시키려는 이들에게 맞서는 데 중요한 단계다. 내가 할 이야기에 새롭다거나 엄청난 것은 없고, 여태 누구도 하지 않은 말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책은 언제나 나를 도와주었고 때로는 나를 구해 주었기에, 어쩌면 당신이 누구든, 어떤 여정에 올라 나아가고 있든, 이 책이 당신이 덜 외롭다고 느끼도록,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게 되었다고 느끼게 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해 주어서 고맙다.―작가의 말
“데니스, 엘런이 다이크라면 어떡할 거냐?” 모두가 일광욕실에 앉아 있을 때 할머니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인종차별적인 말을 할 때와 꼭 같이 날카로웠다. 얼래니스 모리셋이 이야기한 아이러니를 빌리자면, 갓 태어난 내게 발과 귀가 무지개색인 곰인형을 선물한 바로 그 조부모님이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나는 열여섯 살이었고 얼마 전 영화 촬영을 위해 머리를 삭발한 채였다. 텔레비전에서는 블루제이스의 경기가 나오고 있었다.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였고 응원하는 팀은 토론토였다. 아니, 보스턴이었나? 그날은 돌아가시기 전 할머니를 만난 마지막 나날 중 하루였다. 아직 살아 계셨다면 할머니는 당신 손자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더는 무지개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변하기도 한다.―2장. 섹슈얼리티 맞추기 게임
“나 남자가 될 수 있어요?”
여섯 살 때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당시 우리는 예전에 살던 처칠 드라이브의 다락방 아파트에서 걸어서 몇 분 떨어진 세컨드 스트리트의 집에 살았다. 가로수가 줄지어 선 거리에 있는 지층 아파트는 방이 두 개였고, 바닥에는 하드우드가 깔려 있었고, 큼직한 창이 여러 개 나 있는 작지만 사랑스러운 거실도 있었다. 나는 몇 시간 동안 텔레비전 앞에 앉아 「알라딘」, 「NHL ’94」, 「소닉 더 헤지호그」 같은 세가 제네시스 게임을 했고, 궁지에 몰릴 때면 전지전능한 힘을 발휘해 이기게 해달라며 하느님께 기도했다. 전쟁터에는 무신론자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안 되지, 얘야. 넌 여자잖아.” 어머니는 그렇게 대답한 뒤, 꼼꼼하게 개고 있던 행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할 수 있단다.” 행주를 제자리에 하나하나 깔끔하게 쌓아 올리면서.―3장.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