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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91186091203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5-06-11
책 소개
목차
서문
제1부
고해(苦海)에서 탈속으로―김종해의 시세계
유재영의 시를 읽는 아홉 가지 방식
우중(雨中) 유거 중(幽居中)의 윤리적 눈뜸―김영승의 근작시에 대하여
스칠 때마다 슬픈 소리가 났다―최문자의 최근 시
고요의 동학(動學)―역(易)의 원리로 본 문태준의 시들
큰 새 두 마리와 큰 뱀과 나의 세계―이창수, 『귓속에서 운다』
풍경 : 가족 망상이 빚은 것들―박현, 『승냥이, 울다』
검은 까마귀의 노래―이덕자, 『신의 전당포』
늙은 소년의 노래―송하선, 『아픔이 아픔에게』
불행을 연기하는 자들, 굴기(崛起)와 웃음들―신미균, 『웃기는 짬뽕』
제2부
마음의 율동―안이삭, 『한 물고기가 한 사람을 바라보는 오후』
작은 것들의 존재론―장이엽, 『삐뚤어질 테다』
뉴욕의 슬픈 노래들―김송희, 『이별은 고요할수록 좋다』
우화를 꿈꾸는 두눈박이좀매미―이채민, 『동백을 뒤적이다』
절벽 끝에서 피안(彼岸)을 보다―김진길, 『밤톨 줍기』
시인의 운명에 호명당하다―임병걸, 『지하철에서』
적막의 시―김선진, 『마음은 손바닥이다』
우화(羽化)에 이르는 길―임솔내, 『나뭇잎의 QR코드』
만물이 상호연기(相互緣起)하는 세계에서―박분필, 『산고양이를 보다』
언어의 이역(異域)―김춘리,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물은 스며들고, 침식하고, 여과한다. 불은 핥고, 삼키고, 파괴한다. 물은 항상 더 낮은 곳으로 나아가고, 가장 낮은 땅에 겸손하게 엎드린다. 반면 불은 더 높은 곳을 공격하고 점령해나간다. 불은 더 이상 나아갈 데가 없는 높이까지 나아간다. 물이 하강하는 성질이라면 불은 상승하는 성질이다. 이렇듯 물과 불은 상극이다. 불은 공격적이고 사납지만 지극히 수동적인 물에 약하다. 불은 물을 만나면 기세가 죽고 꺼지기 쉽다. 불은 물에 의해 죽을지언정 물에 예속되지는 않는다. 물이 깊이를 취하면 불은 높이를 취한다. 물과 불은 질료가 다르고 그 존재 양태도 다르다. 나는 본질에서 물의 사람이지만, 빛과 열을 내는 불을 연모한다.
산다는 것은 세계를 향해 의지와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 아닌가? 불은 솟구쳐 오르며 탐욕스럽게 세계를 삼키고 재를 낳는다. 삶과 불을 하나의 맥락 안에서 볼 수 있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불이 생동하는 삶, 현실, 역사라면, 재는 잔재, 언표된 것, 문학이다. 재는 현실을 삼킨 시다. 그러나 좋은 시는 아주 죽은 재가 아니라 그 안에 불씨를 품은 재여야 한다. 죽은 재 안에서 다시 힘찬 생명을 얻고 타오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잿빛 주검 안에서 불의 생명을 얻어 솟구쳐 타오르는 시를 읽고자 했다. 살아 있는 시, 역동하는 시, 세계로 늠름하게 뻗어나가는 시 들은 죽은 말 무더기에서 살아나 세계 위를 나는 불의 황금빛 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