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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

윤의섭 (지은이)
  |  
현대시학사
2021-02-15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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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

책 정보

· 제목 : 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557853
· 쪽수 : 134쪽

책 소개

현대시학 기획시인선 13권. 윤의섭 시인은 꿈의 세계로부터 감각과 이미지를 넘어서는 또 다른 차원을 발견해낸다. 그의 시들은 무수한 몽환을 통과하며 기억과 정신을 유영한다. 시인에게 꿈은 “어떤 영원이 잘려나갔을지도 모르는”(「비몽」) 세계이며 그 조각들은 영혼의 틈으로 빛처럼 파고든다.

목차

차례

시인의 말

미장센
사슴 죽이기
미연
Y의 날
무진연립
비몽
사몽似夢
애사
무사無事
불감
유령은하
생령
음력
편두통
꿈과 꿈이 충돌하면/은하와 은하가 충돌하면
비극성
몽중음
미묘
생기
암호의 날
가위
사흘의 끝
이몽
클리셰
호러무비
루프
트랜싯
몽화
곤드와나
무巫
물망초
절리
함몰
이후
그 후
해사
질문
기류
향기
불쾌한 골짜기
언젠가의 부디
불사
친절한 계절
오렌지 주스, 노트, 겨울 해변
묘연
생일 즈음
천국의 날씨
신전
숙려의 시간

책속에서

미장센

꿈속에선
공원 벤치에 앉은 아이의 뒷머리가 있었다
꿈에서 벌어진 사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이였는데
왜 거기 앉아있었을까

허름한 골목
폐타이어 화분에 핀 채송화를 슬쩍 스쳐가는 바람은
불어야만 했던 것이다 단역배우처럼
서툰 벽화는 꼭 서툴러야 했고
담장 위를 걷던 고양이에겐 기억나지도 않을 오후겠지만

그래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잊을 수 있다는 기적으로
밥이 넘어가는 것이다
그토록 사소한 종말들

악몽을 꿨는데 아이의 뒷머리가 또 놓여있었다
채송화는 시들어 죽었고
그 곁으로 바람은 여전히 불어야만 했다
산 너머에선 천둥 치며 비구름이 몰려오고

나는 얼마나 잠깐 화창했던 생물이었던 걸까
비가 오기까지 나는 벤치에 앉아 있다


비몽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그는 한동안 말이 없다
그의 얼굴이 문득 아버지 얼굴과 겹치더니
다른 낯익은 얼굴로 보이다가
끝에 가선 모르는 얼굴로 바뀌어 있다
아무도 없던 거리였는데 골목에서 한두 사람이 걸어나오고
텅 빈 하늘이었는데 산 너머에서 헬리콥터가 날아온다
창밖 풍경이 팔십 년대처럼 보이는 건
그가 오랜 친구여서일 테고
전에도 이렇게 말없이 마주앉았던 적이 있어서였겠고
조용하던 카페에 갑자기 음악이 흐른다 상황을 눈치챈 듯
당황한 듯 관심을 돌리려는 듯
어느새 그는 그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오늘은 좀 그렇고 내일 한잔 하자 웃으며
카페가 서서히 멈추는 미동을 느낀다
그는 꾸는 사람 없이 돌아다니는 꿈이었다
자기가 꿈이라는 것을 모르는 거였고
어쩌면 나 역시

옆집 살던 누나는 삼십 년 만에 나타났다
그녀는 스무 살 적 그대로였다
펫 숍에서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개가 있다
어렸을 때 키우다 죽은 개였다
공원 벤치에서 졸고 있던 노인
내가 아는 나이라면 졸음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아주 긴 장면을 잘라내고 편집된 영화가 상영 중이다
다큐멘터리인데 언제 찍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등장하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는 어떤 영원이 잘려나갔을지도 모르는
분명 아름다운 날들이었으나 믿지 못할 순간의 연속일 뿐이다
가급적 놀라지 않기로 한다

우린 신이 꾸던 꿈일 수도 있다
원래 꿈이었을 수도 있다
고양이도 나무도 바다도
꿈인 줄 모르니까 꿈인 줄 모른다
증거 하나 세상은 누가 죽어도 지워진 적 없다
증언 하나 너 어디 있다 지금 나타난 거니
증좌 하나 빈자리는 어떻게든 메꿔진다
부재
상처
그리움
모퉁이를 돌아가던 바람이 고개를 돌린다
이 한 줄기 가는 바람이 느껴지면 꿈이었던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안다
바람이 자리를 메꾸며 사람이었던 꿈이 소멸 중이다
그도 어머니로부터 태어났고 말을 배웠고 졸업하였으며 회사에 다녔다
살아있는 꿈이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이었다

거기 창가에도 빗방울이 흘러내리고 있겠지
같이 거닐던 도서관 길가에도 코스모스 피었겠지
다락에 잠들었어도 라디오는 최신가요를 수신 중일 테고
천막극장 사라졌지만
어느 마을에선가 천막 펼치고 옛 영화를 상영하고 있을 것만 같은
보이지 않는 날
들리지 않는 거리
이상해요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은
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온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같아 보이고요
언제 적에 살다가 건너온 것일까요 복원된 듯
내일 창가에 빗방울이 흘러내렸지
내일 도서관 길가 코스모스는 조금 시들었지
이제 보니 나는 한평생을 다 가보았어요
무슨 계절이 끝나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데
알 일도 없죠

좀 더 보고 싶어 달려 봐도 노을은 빨랐다
영영 따라잡지 못하는 건 매일 꾸는 악몽에서도 그랬다
가까워질수록 좁혀지지 않는 거리
멈출 수는 없다는 것이 여기서 할 수 있는 다다
깨어나도 깨어나는 꿈이었다


사몽似夢

늘 다른 얼굴로 나타나지만 너라는 것이 분명한 선몽
노을이라는
해몽이 불가능한 꿈처럼

돌아갈 힘을 남겨놓지 않아서 이길 수 있는 거야*

어젯밤에도 너는 꿈속에 미리 들어와 앉아 있었다
너를 또 꾸고 있으므로 나는 또 진 것이다

그만이라니 전력을 다해 기억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게 기억이야

텅 빈 꿈을 꾸기 위해선 텅 빈 꿈을 꾸어야 했다

그래도 해몽하자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불길한 일이 생길 조짐도 보이지만
같은 꿈을 더 이상 꾸지 않을 때까지 불길은 미루어질 겁니다
아름다운 겁니다 잊지 못한다는 것은
꿈에 담군 한쪽 발을 빼내지 마세요

노을은 낮의 꿈일까 밤의 꿈일까
네게 나는 조금 늦게 들어온 걸까

* 영화 가타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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