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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557891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1-04-01
목차
시인의 말
1부
흰 소의 봄
직소直訴
구경꾼
요리사
처마
숨
가이아
빅딜
샤먼의 바다
고라니
알의 무게
프르제발스키를 복제한 이유
나는 꿈
야매野梅
전등사 돌탑
절벽의 키스
2부
글 읽는 소리
전업專業
흑백
청개구리
벽에 걸린 남자
사과를 줍는 여자
번식기
신전
모이
그림 속 그림자 읽기
바람소리 1
바람소리 2
알파고
그들이 온다
평범한 관계
그곳에 벽이 정말 있기는 했을까
3부
돈황의 미소
야생
높고 멀고 외딴
샹그릴라
사람이 살고 있더라
월아천
안녕, 나의 낙타
누란의 미인
신부
기둥박물관
크고 무거운 책
아이다르 호수의 저녁 물
유목민의 지도
호로고루성에 올라
산청山晴
상복
4부
이륙
11월
달콤한 심장
물수제비뜨기
여우
뻘
이기적 사랑
눈이 올 때까지
살아만 있어도 좋은
그 산
열쇠
태풍을 기다리며
꽃밭
땅
실수로 누르게 된 통화
속물
강물
해설
영혼의 깊은 자리에서 긷는 소망의 언어│ 김종회(문학평론가 · 전 경희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흰 소의 봄
태풍이 세 차례 훑고 지나가
시장에 상처 없는 과일을 찾기 어렵습니다
홍수에 합천서 떠내려간 황소가
창원 둔덕에서 풀을 뜯고 있습니다
물에 잠긴 지붕 위에서 이틀을 버텨낸 암소는
내려와서 쌍둥이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 검은 마스크 속에서
가까스로 흰 소의 봄입니다
한 해가 강가의 언덕처럼 떨어져 나간 줄 알았더니
어린 송아지 이마를 뚫고
배꽃보다 흰 뿔 솟아오릅니다
직소直訴
커다란 새장을 들고 날아야 하는 새가 있다
억조창생을 먹여 살리는 새
닭은 왜 날개가 있는데 날지 못합니까
새벽마다 높은 가지에 올라 하늘에 고하는 소리
맨드라미꽃보다 붉은 상소문
새벽이 풀어 내리는 흰 두루마리 위에 선혈 뚝 뚝
저걸 시라고 해야 하나
푸른색 천장을 가진 커다란 새장
야생
우리가 야생말이 살고 있다는 그 골짜기에 갔을 때
말들은 먼발치에서 도도한 꼬리를 끝끝내 감추어버렸어요
대세를 따르지 않고 대의를 택하는 검객처럼
말을 놓치고
말이 누고 간 똥덩어리 앞에 서서 이런 소릴 들었지요
오지마~ 오지마~ 여긴 ~오지마 우린 구경하는 말 아니야
너희 태우고 관광노역 하는 말 아니야
겨울 초원의 배고픔과 추위를 견딘 대가로
이곳은 자유와 쓰디쓴 자존이
초봄의 땅처럼 늦가을 하늘처럼 쌀쌀하게 살아 있는 곳
삶은 구경거리가 아니잖아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문장의 고삐와 비유의 채찍에 길들지 않은 말
말이 사라진 골짜기에 쪼그리고 앉아 뜨거운 오줌을 누고 있었지요
개미취 꽃 뿌리가 흠씬 젖도록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