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빵

가족의 뒤뜰-10
위풍당당 맥아더 장군-24
아름다움과 수난의 공존-38
2조 원짜리 자전거길-46
단군 신화와 역사의 근원지-54
고라니의 집-84
사라진 골목길-98
인생빵, 공갈-118
고향에서 찾은 고향-140

공갈빵을 먹으려고 단단한 껍데기를 뜯어내다가 어느 날 노르스름한 껍질 안에 있는 커다란 빈 공간을 보았다. 새삼스러운 일이었다. 껍질 안에 허공이 그득하게 들어 있었던 것이다. 공갈빵을 새롭게 발견한 순간이기도 했다. 공갈빵이 우리 삶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공갈빵에서 텅 빈 허공을 본 다음부터 빵 이름을 내 멋대로 바꾸었다. 모순빵, 이중빵, 경계빵, 철학빵, 진리빵, 인생빵. 지금까지 내가 공갈빵에 부여한 공갈빵의 별칭들이다. ‘사라짐’은 슬픈 일이고 ‘없어짐’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있음과 없음이, 좋고 나쁨이 공존하는 생의 이중성을 어찌할 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로, 자연 법칙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