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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7124504
· 쪽수 : 253쪽
· 출판일 : 2019-03-21
책 소개
목차
가마로 찾아온 왜장…… 17
주문장…… 24
사금파리…… 34
미령이…… 53
의병 증표…… 63
일본행…… 75
가련이…… 85
사무라이 도공…… 93
왜국 생활…… 105
조선에서 온 사기장…… 111
칼의 문화…… 121
오(奧)고려인…… 127
불쟁이…… 138
시집가는 그릇…… 148
참을 인(忍) …… 154
고려촌…… 161
그녀의 유서…… 173
망향의 동산…… 186
황도…… 198
땅딸이 왜국 무사…… 207
다도 수업…… 213
권력자 호소까와…… 224
유곽의 여인…… 234
고려촌의 차선생…… 242
저자소개
책속에서
얼마 동안 기절해 있었던 것일까? 정신이 들었으나 꼼짝달싹 할 수가 없다. 배에 실려가고 있다는 것만 느껴질 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자루에 들어 있는 몸이 짐짝처럼 어딘가에 처박혔다. 시간이 흘렀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자루를 푼다. 왜병이었다. 한 놈이 발의 끈은 풀어주었으나 양손은 더 꽁꽁 묶는다. 왜병이 칼을 들이대며 자기를 따르라 한다. 눈이 부셨다. 부산포왜성이었다.
찬바람이 뺨을 때린다. 갯내가 났다. 수많은 왜병이 대여섯 명씩 조를 짜서 바쁘게 움직이고 그 사이로 조선인들이 짐을 나른 다. 왜병이 동작이 굼뜬 조선인들을 채찍으로 후려친다. 군데군데 짚단처럼 송장들이 쌓여 있다. 이럴 수가!
( ‘말발굽 소리’)
많은 횃불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어떤 이는 칼을, 어떤 이는 죽창과 낫을, 또 어떤 이는 조총을 들고 있었다. 의병에게 몸을 의탁한 초라한 행색의 피난민들도 보다. 포로로 잡혀 벌벌 떠는 왜병들도 있었다. 덕령 형이 기와집 앞에서 말을 세웠다.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의병이 도열해 있었다. 중앙에 풍채가 우람한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보다. 곽재우장군이었다. 덕령 형이 크게 말했다.
“장군님, 사기장 신현 어른과 그의 아들 석이옵니다.”
“어서 오시오. 반갑소이다.”
절을 올렸다.
“장군님을 직접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가 말했다. 장군은 아버지 손을 잡았다.
“이곳까지 불러 미안하오. 찾아갈 형편이 못 되었소. 쌀을 백 성들에게나누어주고있다는것을서부장뿐만아니라선비박유, 승병 범하스님을 통해서 들었소. 정말 장한 일을 하고 계시오.”
박유는 김해 마을에 숨어서 의병활동을 하는 선비로 그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 집이 굶주린다는 것을 알고 힘들게 찾아가 쌀을 주고 있었다.
(‘의병 증표’)
불살이 바람개비 되어 춤춘다. 불살춤은 가마의 여신이 사기장에게 신내림을 하는 춤이다. 여신이 불살을 휘두르며 나비처럼 사뿐사뿐, 춤사위를 펼쳐 보인다. 나는 장작으로 장단을 맞춘다. 불살은 강한 회오리가 되어 가마칸을 휘감았다. 휘감은 불살이 크게 용솟음치고 춤사위는 점점 격렬해진다.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휘몰아치는 불살이 폭풍이 되어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나를 삼킬 듯이 날름거린다. 몸이 움찔해졌다. 질세라 사정없이 장작을 불통으로 던졌다. 뻥! 불살이 굴뚝 위로 치솟아 불기둥이 되었다. 불기둥이 밤하늘로 솟구쳤다.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아버지의 말이 기억났다.
“용은 가마의 불때기를 보고 만들어낸 상상의 동물이다.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는 가마 속의 도자기를 가리킨단다.”
( ‘불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