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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73790072
· 쪽수 : 492쪽
· 출판일 : 2025-03-21
책 소개
목차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 4
[1부]
말밥굽 소리 …… 13
가마로 찾아온 왜장 …… 19
주문장 …… 26
사금파리 …… 36
미령이 …… 55
의병 증표 …… 65
일본행 …… 77
가련이 …… 87
사무라이 도공 …… 95
왜국 생활 …… 107
조선에서 온 사기장 …… 113
칼의 문화 …… 123
오奧고려인 …… 129
불쟁이 …… 140
시집가는 그릇 …… 150
참을 인忍 …… 156
고려촌 …… 163
그녀의 유서 …… 175
망향의 동산 …… 188
황도 …… 200
땅딸이 왜국 무사 …… 209
다도 수업 …… 215
권력자 호소까와 …… 226
유곽의 여인 …… 236
고려촌 차선생 …… 244
[2부]
달빛 차회 …… 259
조선 관리 …… 268
부고 …… 275
이삼평 …… 281
세번째 쇄환사 …… 293
기다리던 소식 …… 298
호소까와 이도 …… 305
심당길 …… 314
천민촌 사기장 …… 320
이작광・이경 형제 …… 328
백발의 여장부 …… 335
좌절된 귀국 …… 345
묘책 …… 354
코보리 엔슈 …… 359
떠돌이 무사 로닝 …… 369
닌자의 기습 …… 379
증인 확보 …… 384
다뀨의 죽음 …… 392
양산 법기리의 숨결 …… 400
아, 이도다완 …… 409
귀국 …… 417
왜놈 된 조선인 …… 424
내 아이야 내 자식아 …… 429
마꼬 이도 …… 440
막부의 명령 …… 447
해방 …… 454
신의 그릇 …… 464
글을 끝내며 … 470
연표 | 임진왜란에서 조선 사기장의 사망까지 … 474
도움받은 문헌 … 483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문
1994년 6월 17일 오전, 일본 국보가 된 ‘조선 막사발’을 보러 갔다. 쿄또 코호앙孤蓬庵 입구는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주지 스님과 일본 도예전문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든 두 번째, 세 번째 상자도 열었다. 네 번째의 검은 칠기 상자가 보였다. 오른쪽 위에 금색 글자로 ‘고려高麗’ 그 아래에는 ‘이도’라 씌어 있었다. 뚜껑을 열자 자줏빛 비단이 나타났다. 자줏빛을 덜어내자 사발 하나가 소박하게 고개를 내밀었다. 전쟁까지 일으킨 사발. 평범했다. 비뚤어져 있었다.
한쪽이 수리되어 있었다. 너무나 가벼웠다. 이것이 과연 비천한 사기장 이 빚은 막사발이란 말인가? 그릇쟁이의 가슴으로 보았다. 그것은 ‘신의 그릇’이었다. 바로 조선 사기장의 혼이었다.
그러나 이 그릇에 대해 일본의 한 미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키자에몽 이도는 천하제일의 다완으로 일컬어진다. ··· 이것은 조선의 밥공기다. 그것도 가난한 사람들이 예사로 사용하던 그릇이다. 너무나도 조잡한 것이다. 전형적인 잡기다. 형편없이 싼 기물이다. 만든 자는 아무렇게나 만들었다. 개성 등을 자랑할 것이 없다. 쓰는 사람은 막 다루었다. 저 평범한 그릇이 어떻게 아름답다는 인정을 받았을까? 거기에 차인들의 놀라운 창작이 있었다. 밥공기는 조선인들이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대명물은 차인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도가 일본으로 건너오지 않았더라면 조선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이야말로 그 고향이다.”(柳宗悅, 「喜左衛門井戶を見る」, 『工藝』第5號, 1931년 5월)
일본의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가 도자기 최초로 일본 국보가 된 조선사발을 평한 말이다. 우리는 그의 이 말을 아무런 생각 없 이 진실인 양 받아들였다. 그 결과 우리의 옛 지방사발은 모두 ‘막사발’이 되어버렸다.
도예가로서 나는 이 ‘막사발’의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우선 조선 사기장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한국에서 그분들의 흔적은 깨어진 사금파리밖에 없었다. 그분들이 끌려간 일본으로 갔다. 십여 년 동안 그분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이삼평, 존해, 종전, 백파선, 심당길, 또칠이, 팔산 ······ 그분들은 비천한 사기장이 아니었다. 많게는 천명, 적게는 백명의 사기장을 거느린 리더였고 지략가였으며 사기장들을 아우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 그분들의 도자기는 교향곡이었다. 끌려간 그분들은 도자기를 가지고 일본인들과 싸웠고 승리했다. 그분들의 도자기 기술은 그후 일본이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이 되었다.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도예가는 그릇으로 말하지 글로 말하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옳은 말이었다. 펜을 놓았다. 10여 년간 같이했던 조선 사기장들의 행적을 한동안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 하지만 그분들의 넋은 나로 하여금 기어코 글을 쓰게 만들었다.
2006년 봄, 다시 펜을 잡았다. 미친 듯이 글을 써내려갔다. 10개월 후 소설 뼈대가 완성되었다. 여러 사람한테서 자문을 받아 수정을 거듭했다. 그러다 2007년 5월, 그때까지 쓴 글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쓰고, 고치고, 쓴 글을 자르고,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했다. 와중에 한평생을 사발에 바친 아버지 신정희(申正熙) 님이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나는 아버지가 계시는 중환자 대기실에서도 글을 썼다. 2007년 6월, 아버님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아버님의 영혼과 함께 다시 글을 빚었다. 글에 아버님의 장인정신을 넣으려고 애썼다. A4 용지가 쌓이고 쌓여 방 하나를 가득 채웠다. 드디어 글이 완성되었다!
말발굽 소리
한밤중,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횃불이 어른거렸다.
‘누구일까? 왜군이 이 밤중에 올 리도 없고, 의병들인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횃불을 든 왜병들이 마당으로 들이닥쳤다. 말들이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맨 앞의 말 위에 왜장의 가신 타까하시가 있었다.
“타까하시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오?”
“주군의 급한 명령이오. 지금 나를 따르시오.”
“어디로 가오?”
“가 보면 알게 될 것이오. 시간이 없소, 빨리 말을 타시오.”
“부모님과 같이 가면 안되겠소?”
“빨리 떠나야 하오.”
가련이
배가 혼들렸다.
“아악!”
갑판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왜병 한 놈이 비쩍 마른 노인의 발을 잡고 공중에 빙빙 돌리다가 차가운 바다에 던져버렸다. 노인은 허우적거리며 파도에 떠올랐다가 다시 잠겼다. 잔인한 시간 이 흘렀다. 바다에는 너울대는 물결만 보였다. 또다른 왜병이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잡아 올렸다. 노인처럼 바다에 던질 태세였다.
“안돼!”
왜병들이 나에게 칼을 들이댔다. 눈앞에서 칼날이 번쩍거린다.
“나는 나베시마 대장군의 전속 도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