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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7124511
· 쪽수 : 245쪽
· 출판일 : 2019-03-21
책 소개
목차
조선 관리 …… 20
부고 …… 27
이삼평 …… 33
세번째 쇄환사 …… 45
기다리던 소식 …… 50
호소까와 이도 …… 57
심당길 …… 66
천민촌 사기장 …… 72
이작광·이경 형제 …… 80
백발의 여장부 …… 87
좌절된 귀국 …… 97
묘책 …… 106
코보리 엔슈 …… 111
떠돌이 무사 로닝 …… 121
닌자의 기습 …… 131
증인 확보 …… 136
다뀨의 죽음 …… 144
양산 법기리의 숨결 …… 152
아, 이도다완 …… 161
귀국 …… 169
왜놈 된 조선인 …… 176
내 아이야 내 자식아 …… 181
마꼬 이도 …… 192
막부의 명령 …… 199
해방 …… 206
신의 그릇 …… 216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 222
연표 - 임진왜란에서 조선 사기장의 사망까지 …… 228
도움받은 문헌 …… 237
부록 - 도자기 지도 …… 249
저자소개
책속에서
촌장이 은퇴해 마을일은 봉이, 억수, 큐마가 나누어 맡도록 했다. 순천댁도 나이가 들자 빨래나 청소 등 기운에 부치는 일은 젊은 아낙에게 맡겼다. 차실을 만들고나서 여섯 해가 지나갔다. 도자기와 양봉은 이제까지 별문제가 없지만 옹기는 도자기나 양봉에 비해 이익이 적어 앞날이 걱정되었다. 다행인 것은 노예시장에 나오는 조선인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병진년(1616년) 새해 초, 카쯔시게가 나를 성으로 불다. 다이묘나 오시게는 나이가 많아 거의 은퇴한 상태여서 아들인 카쯔시게가 사실상 다이묘나 마찬가지다. 성에는 종전과 이삼평도 와 있었다.
(‘달빛 차회’)
아, 모든 이도다완의 표본이 된 사발! 그 그릇이 내 눈앞에 있다. 호소까와에게서 들은 대로 깨어져 수리한 흔적이 있었다. 실금이 간 것도 보였다. 잘게 간 빙렬은 소박미를 느끼게 했다. 그 형태는 중후했다. 거친 피부(질감)가 그릇의 중후함을 더해 주었다. 호소까와 이도와 비슷한 키였으나 그것보다 약간 오목했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알려준 그 형태다. 차인들이 비파색으로 부르는 노랑끼는 호소까와 이도보다 더 진했다. 힘찬 유방울이 달린 부분에 드문드문 본살도 드러나 있었다. 높은 굽, 입체감이 풍부한 허리선, 형태와 색깔의 조화에서 발산되는 깊은 맛이 나를 압도했다. 나와 황도 사이에 얽힌 비밀이 한가닥 풀려감을 느꼈다. 역시 조선의 흙이 아니면 빚을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다완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손수 시범을 보인 바로 그 형태다.
(‘아, 이도다완’)
주문장은 사라졌다. 이제부터는 빚고 싶은 것을 마음껏 빚을 수 있다. 먼저 제기를 빚어 할아버지와 부모님께 재를 올릴 것이 다. 황도 흙을 수비하기 시작했다.
전쟁 전의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흙을 준비하실 때마다 손자 인내가 쓸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한다고 하셨다.
“석아, 흙에서 꼬신내를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사기장이 된단다.”
“예, 할아버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황도를 왜 좋아하세요?”
“꾸미지 않은 그릇이라서 그렇단다. 우리는 억지로 치장한 그릇보다 편한 그릇에 더 마음이 가지 않느냐. 그런 연유에서 나는 황도를 좋아한단다.” … (중략) …
“선상님, 황도는 다른 도자기와 무엇이 다릅니꺼?”
“황도는 가장 우리다운 도자기야. 토종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토종이라고예?”
“우리 도자기는 청자, 분청자, 백자 할 것 없이 모두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황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단다. 황도는 일반 도자기와 많이 다르지. 우리 흙이 아니면 황도를 빚을 수도 없단 다. 그래서 토종이라고 한 거야.”
“일반 도자기와 어떻게 다른데예?”
“황도는 노란색이지 않느냐. 도자기가 노란색일 경우는 보통 유약이 노랗거나 안료가 노란 경우야. 그러나 황도는 불에 익은 질흙 자체가 노란색이란다. 황도는 질흙의 색깔과 투명한 유약이 어우러져 정감 있는 노란색을 띠게 되지. 오직 황도에서만 볼 수 있는 색깔이야. 조선 양반들은 흰색을 좋아하지만 우리 백성들은 본디 황, 청, 백, 적, 흑의 오방색(五方色)을 좋아했단다. 오방색 중 으뜸인 황색은 우리 민족의 근본색깔이란다.”
( ‘신의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