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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12490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1-08-28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이해인(수녀. 시인) _4
작가의 말 강은교 에세이 <그 푸른 추억 위에 서다> _6
1. 공간의 미소
다락 _12 | 골목 _17 | 공터 _23 | 뒷곁 _26 | 문턱의 노래 _32
아궁이 _35 | 아랫목을 위하여 _40 | 옥상 _43 | 우물 _48
처마 _53
2. 도사리
9월에는 _58 | 도사리 _63 | 반갑다, 어둠이여, 당신이 있으니
내가 밝은 것을··· _68 | 비단스카프 _73 | 신발 _74
유년의 집 _79 | 존재의 샘 _83 | 칼치 _86
푸른 막대기 _89
3. 폐 철길을 걸으며
가을길 위에서 _96 | 가족, 그 따뜻한 마당의 심층수 _100
첨 가는 길 _104 | 그리고 당신의 편지를 읽는다 _108
그 푸른 극장 _114 | 마시지 말고 머금어라 _119
사랑이란 무엇일까 _123 | 지상의 방 한 칸 _127
폐 철길을 걸으며 _131 |헤세시절을 위하여 _134
4. 좀 구겨진 옷
꽃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_142
잡초 _146 | 자스민 화분 _152
그 담쟁이가 말했다 _154 | 수영장 이야기 _159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_162
그 중국인 악사 _168 | 어머니의 편지 _171
옥수수의 춤, 물의 춤 _175 | 좀 구겨진 옷 _181
젖어라, 비에 _189 |레베카의 낙서 _192
가끔 느리게 가고 싶다 _195
5. 얼굴들
캘리포니아의 바늘 _200 | 얼굴들 _203 | 옆집 사람 _210
나도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_215 | 내 사랑 지니 _218
마음의 접속 _221 | 인도의 램프 _226
바보시대 전문가시대? _229 | 만년필 _233
텔레그라프 거리 _237 | 죤스타인백 하우스 _241 | 개 _245
6. 산물푸레나무
야마구찌의 수세미 _252 | 새 _256 | 산물푸레나무 _259
‘추억하기’ 연구 _263 | 종 _268 | 그 로타리 _272
부상을 당한 건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_275
철쭉꽃 두 송이 _278 | 부재여, 결핍이여 _281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집의 가장 깊은 곳에 있으며 그 집의 많은 비밀을 품고 있기 마련인 다락은 집의 혼이다. 집의 구석에 달린 심장이다. 집의 꿈이다. 그것이 두근거릴 때 그 집에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가슴이 두근거리며, 그것이 꿈꿀 때 그 집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모든 사물들은 깊은 동경으로 온 몸이 들썩거린다.
우리네 삶을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말하자면 ‘포크레인 같은 기계화된, 인간의 힘을 넘어선 힘세고 편리한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이 힘든 계절에 깊이 든다. 처마는 오히려 우리네 삶을 꽤 괜찮은 것으로 만들어주는, 우리의 선인들이 만든 문화의 구조적 장치가 아니었을까? 다정함과 따뜻함의 문화.
처마는 ‘여럿’을 생각하게 한다. 더 이상 홀로 비를 피하는 이들이 아닌 우리들, 고독하게 죽어가지도 않을 우리들을 말해 주는 다정한 그 어떤 것, 피신처라고나 할까?
한 집단의 문화란 그렇게, 고독을 이기게 해주는 것이어야 하리라. 여럿이 눈을, 비를 피할 수 있게 하는 처마같은 오늘의 문화,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이상의 문화이리라. 그 처마 아래서 세상은 결코 혼자 사는 고독한 곳이 아닌, 혼자일까봐 두려워 떨지 않아도 좋은 그런 곳이 되리라.
모두冒頭에 제시한 글의 끝 부분에서 이규보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매미 몸에 뒤얽힌 거미줄을 풀어주면서 다음과 같이 간곡한 말로 당부하였다.
“우선 울창한 숲을 찾아서 가거라. 그리고 깨끗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되 자주 나다니지 말아라. 탐욕스런 거미들이 너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네. 그렇다고 같은 곳에서만 너무 오래 있지는 말아야 한다. 버마재비란 놈이 뒤에서 너를 노리고 있으니 말이네. 너는 너의 거취를 조심한 다음이라야 어려움없이 살아갈 수 있을 걸세.”
나도 잡초에게 이어서 말한다. “그런 다음, 여기가 울창한 너의 숲이 되게 하여라. 지금 이 순간, 여기서 열심히 너의 몸을 살찌우거라. 욕심과 집착에 찬 손 혹은 이 좁은 화분 속의 흙이 언제 너를 버릴지 모르니 …….”
[이규보, 「매미를 살려준 부」 중에서]